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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슨, 장관 지명되자 골드먼삭스 주식 모두 처분

“이제 내 돈이 어디에 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63)이 던진 조크다. 퇴임 직전인 2009년 1월 7일 워싱턴경제클럽 연설에서다.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수퍼파워 미국의 금고지기(재무장관)가 ‘자기 재산의 소재가 궁금하다’고 했으니 말이다.

 폴슨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재무장관에 지명된 직후인 2006년 6월 주식 323만 주를 모두 처분해야 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 지분이었다. 당시 폴슨은 골드먼삭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였다. 골드먼삭스가 세계 최고의 ‘수익 머신(Profit Machine)’으로 통했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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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분 금액은 무려 4억8500만 달러(약 5400억원)였다. 그때 블룸버그 통신은 “폴슨이 재무장관 자리를 위해 나중에 수십억 달러가 될 수 있는 지분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폴슨은 그 돈을 수익률이 변변찮은 백지신탁펀드에 맡겨야 했다.

 폴슨은 인사청문회에서 “공직에 나서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고 더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이후 결과는 그의 말대로였다.

 폴슨은 재무장관으로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야 했다. 친정 골드먼삭스 등 월가 금융그룹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가 백지신탁하지 않았다면 이해상충과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폴슨은 위기 와중에 재산도 지켰다. 그가 판 골드먼삭스 주식 값이 이후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공직자의 백지신탁이 의무화된 것은 1978년이다. 윤리 정부를 표방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법제화를 주도했다. 이전까지는 자발적 선택사항이었다. 자발적 백지신탁의 첫 물꼬를 튼 사람은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이었다. 그는 63년 취임하면서 방송사인 KTBC 지분을 내놓았다. 처분 권리만 위임했다. 그 돈으로 어떤 자산을 살지는 본인이 챙겼다.

 백지신탁은 6년 뒤인 69년 큰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컴퓨터 제조회사인 휼렛패커드(HP)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패커드가 국방부 차관에 지명되면서다. HP는 당시 주요 군납업체였다. 이런 회사의 창업자가 국방차관이 되면 이해상충이 빚어질 게 뻔했다. 비난이 일자 패커드는 HP 지분을 신탁했다. 지분을 팔지 않고 보관토록 하는 방식이었다. 퇴임 뒤 지분을 되찾고 수익금만 흑인들이 주로 다니는 대학에 기부했다.

 요즘 방식의 백지신탁을 처음 한 사람은 74년 미국 부통령에 취임한 넬슨 록펠러였다. 석유재벌 존 D 록펠러의 손자다. 그는 당시 평가로 1억1600만 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팔아서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미 법률전문지인 리걸어페어는 “록펠러 사례를 바탕으로 78년 백지신탁이 법제화됐다”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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