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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담합 사라질까 ‘고발 쇼핑’될까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실효가 없었던 전속고발권이 사실상 폐지되고 고발요청권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려면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한다는 제도다. 일반 시민이나 주주, 소비자단체들에 의한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됐다. 대형 기업들이 중소기업에 횡포를 부리고 불공정거래를 해도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여야는 지난 17일 중소기업청 위상 강화 및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합행위의 고발요청권을 중소기업청장·감사원장·조달청장에게 주기로 합의했다. 공정거래위원장만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검찰고발권을 이들 3개 기관장에게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고발요청권을 가장 환영하는 곳은 황철주 청장 내정자 사퇴 파문으로 주목을 받은 중소기업청이다. 중소기업청은 고발요청권이 도입되면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방적 계약 취소 ▶중소기업 기술탈취 행위를 중점적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다만 국회에서 고발요청권의 대상을 담합행위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고발요청권이 담합에만 적용된다는 해석도 있지만, 전속고발권 폐지의 취지를 감안하면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모든 불공정행위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청에서는 고발요청권이 필요한 분야가 크게 시설·구매 두 부문이다. 시설 부문 가운데서도 턴키 공사는 언제나 담합 소지가 있는 분야로 지목돼 왔다. 조달청 관계자는 “턴키 공사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완공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시공사가 도맡아 처리한 뒤 시행사에 넘겨주기 때문에 부담이 큰 만큼 담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쟁업체들 간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순서를 정해 놓고 공사를 따거나 단가를 사전에 협의하는 등 담합 소지가 적지 않다.


 고발요청권을 갖는 기관들은 담합에 대한 고발권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관련 조직과 인력 확보에 나섰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직과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고발을 하려면 구체적인 조사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익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관은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고발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달청은 인력과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고, 중소기업청은 지방청 조직을 활용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대기업의 방패막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앞으로 고발요청권을 갖게 되면 우리가 제대로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에 빈번하게 검찰 수사관이 드나들고, 고발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고발 쇼핑’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불공정행위를 자진해 신고한 뒤 감면받는 ‘리니언시’ 제도가 무력화될 경우 부작용도 우려된다. 기업들이 신고하지 않고 숨으면 불공정행위를 해소할 기회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무죄로 판명되더라도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지금까지는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가 검찰에 고발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공정위가 1981년 출범한 이후 2011년까지 지난 30년간 적발된 6만여 건의 불공정행위 가운데 검찰에 고발된 경우는 529건으로 0.9%에 불과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오히려 ‘대기업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다른 기관은 검찰 고발권이 없기 때문에 고발할 수 없었고, 공정위에 제보하는 경우에도 공정위가 자체 판단을 중시해 다른 정부기관은 적극적으로 제보하지도 않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눈치 봐야 할 대상이 한 곳에서 네 곳으로 늘어나 ‘고발 공포’라 할 만하다”며 “예방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법무팀에서 내부 교육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을 공정위에 줬던 이유가 공정하도급법과 관련해 법 전문성을 가지고 위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 뒤 형사고발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느냐”며 “이를 통해 소송 남발을 막자는 취지였는데 이게 없어지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태생적으로 여러 업체와 하도급 거래를 하는데 불만을 갖는 업체는 대부분 자율경쟁 체제 속에서 밀려나는 경우다. 이런 업체들이 “억울하다”며 소송을 남발하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이런 논란에도 새 제도는 올해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미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의원입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올 상반기 중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 정부에서 개정안을 공포하면 올 연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공정위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새 법안이 시행되면 아무래도 기업 간 담합에 대한 고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소기업계도 불공정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안인데, 불필요한 분쟁이 야기될까 우려스럽다. 감사원이나 조달청·중소기업청에서 신중한 검토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호·최지영·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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