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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전구, 한국만 백열등보다 어둡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지형(회사원·44)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구입했다. 욕실에 있는 백열등을 전력 절감 효과가 뛰어난 LED 조명으로 교체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제품을 꼼꼼히 살펴본 뒤 ‘60와트 대체용’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구입했으나 욕실이 전보다 훨씬 어두웠다. 이상히 여긴 김씨가 여러 회사 제품을 비교해 보니 ‘60와트 대체용’인 LED 전구의 밝기가 600루멘부터 800루멘까지 들쭉날쭉했다. 김씨는 “제품 따라 회사 따라 밝기 표시가 제각각이면 어떻게 물건을 믿고 살 수 있겠느냐”고 불평을 터뜨렸다.

 LED 조명 밝기에 대한 표시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KS 기준에 따르면 LED전구 제품에는 와트(W)와 루멘(lm)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백열전구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LED 제품을 구입할 때 밝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40W 대체, 6.5W, 550루멘’이라고 표시된 LED 전구는 40W의 백열등 밝기인 550루멘을 6.5W의 소비전력으로 밝힐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와트 밝기에 대한 루멘 표시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LED 제품은 ‘40W 대체 혹은 60W 대체’라고 표시된 채 판매되기도 한다. 한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같은 값에 덜 밝은 LED 전구를 사는 일도 벌어진다. 세계 LED 조명 1위인 필립스는 60W 백열등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800루멘 제품을 판매하지만 국내에서는 600루멘 제품을 판매한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밝기 기준이 없는 한국에서는 필립스 자체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자체 기준이 60W 대체는 600~800루멘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명업계에서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유럽이나 미국처럼 통일된 밝기 기준을 정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고려 중’이라는 대답만 들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럽과 미국은 LED 밝기 기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나 큰 차이가 없다. EU는 2009년 9월 에너지 관련 친환경 제품에 관한 기본 지침을 만들면서 LED 밝기 표시 기준을 통일했다. 미국은 에너지 절감 제품 사용을 장려하는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에 따라 2010년 LED 밝기 표시 기준을 정하고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표준 제정 움직임이 없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구창환 연구사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C)에서 LED 조명 밝기 국제 기준을 논의 중”이라며 “IC의 기준이 나오면 한국도 이를 따를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력을 공급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LED 전구는 소비전력이 형광등의 20%에 불과해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크다. 한 번 교체하면 10년 이상 쓸 수 있는 데다 깜빡거림이 없고 빛의 세기가 일정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백열등과 달리 수은·납과 같은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오염이 적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9월 백열전구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백열등을 LED 전구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LED 조명 시장이 2016년에는 현재의 4배 규모인 48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LED 조명의 시장점유율은 공개된 자료가 없다.

업계에서는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1위, 그 뒤를 독일의 오스람과 미국의 GE가 추격 중인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LG이노텍·동부·포스코·일진·루멘스 등 10여 개 업체가 LED 조명을 생산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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