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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비슷한데…' 우체국에 돈 몰리는 까닭

시중 뭉칫돈이 우체국 예금·보험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보험사보다 금리를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수신 규모가 늘어나는 것에 우정사업본부조차 고개를 갸우뚱한다.

 19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체금 예금 잔액은 60조2660억원으로 전년(56조5600억원)보다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저축성 예금 잔액의 증가율(1.1%)을 크게 앞선다. 2009년 44조1510억원에서 해마다 늘고 있다. 덕분에 우체국 예금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저축은행을 제쳤다. 우체국 보험자산도 2009년 28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1조6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덩달아 급증세다. 정부 출범 전 인수위에서 “우체국 예금 쏠림 현상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다.


 사실 우체국 예금은 금리 등에서 비교우위를 찾긴 힘들다. ‘우체국 스마트 퍼즐 적금’의 3년 만기 금리가 최고 연 4.9%나 되는 등 일부 고금리 상품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금리가 시중은행과 엇비슷하다. 보험상품도 마찬가지다. 우체국의 최저보증이율은 기간에 따라 2~3%대로 보험사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상호금융처럼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금전적인 혜택 가지고는 ‘쏠림’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는 우체국 예금(이자 포함)의 지급을 책임진다. 최고 5000만원까지만 원리금을 보장하는 은행·제2금융권 예금과 파산 가능성이 있는 보험사와 달리 사실상 원리금 전액이 보장된다.

그래서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체국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때에도 우체국의 수신이 급증했는데 사회 분위기와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특히 대형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저축은행 예금자의 상당수가 우체국으로 예금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금융회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점포 수도 한몫하고 있다. 전국의 우체국 중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점포는 2700여 개로 국민은행(1193개)의 배를 훌쩍 넘는다. 특히 농어촌 구석구석에까지 점포가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인수위의 우체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역설적으로 우체국 금융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돈이 더 몰리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보험의 경우 보장성은 작지만 보험료가 싸 서민층이 많이 가입한다”며 “은행 상품도 매월 예금 이자를 지급하는 정기예금, 노년층에 우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등 차별화된 상품이 많아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 상대인 은행·보험사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체국은 한국은행에 맡기는 지급준비금은 물론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을 내지 않는다.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금보험료도 면제된다.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돈을 굴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없는 셈이다. 유리한 조건에서 민간과 경쟁해 돈을 끌어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도 불편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우체국 금융은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 부실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우체국은 여신 기능이 없어 대출을 하지 않는다.

예금받은 돈 전부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자산운용 수익으로 이자 수익을 주고 있다. 요즘같이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 저금리 시대에 자칫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감사원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2010년 타 금융기관의 예금을 유치하면서 이를 수익률이 낮은 단기 상품에 운용해 858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손실 가능성이 높은 파생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우체국의 건전성이 나빠지면 결국 세금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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