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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성 학원’이나 차려볼까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입시업체 메가스터디의 광고를 봤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우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광고 내용대로, 친구들과 놀면서 공부를 미룰 수는 있겠지만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된 후 내게 주어진 모든 기회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잘 사귄 덕분에 누릴 수 있었다. 경쟁을 위해선 ‘스펙’이 필요하지만 토익 990점의 서울대 졸업생이라 해도 남과 얘기할 때 땅만 쳐다보며 웅얼대기만 하는 사람은 CEO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결책은 간단하다. ‘사교성 학원’이다. 대단한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다. 난 가난한 기자로 영원히 살고 싶진 않기 때문에 사교성 학원을 차릴 계획을 짜고 몇몇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이미 대치동에 괜찮은 자리를 봐뒀다. 영어학원이 있던 자리인데 학원비를 합리적으로 책정해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줘서 문을 닫았다. 임대료는 좀 비싸지만 이 칼럼을 통해 학원을 홍보하면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을 거다.

 모든 수업은 물론 영어로 진행된다. 여러분의 아이들이 모국어로 얘기하느라 외국어 습득 시간을 허비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토플 성적이 떨어지지 않도록 내가 챙길 거다. 글로벌 시대인 만큼 학원 강사진은 미국 동서부 최고의 학교 출신으로 꾸릴 예정이다.

 학원에 등록하면 레벨테스트를 거쳐 등급을 받는다.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실시한 양적 연구에 기반해 만든 3시간의 객관식 시험을 통해 학생의 호감도, 유머와 사회성 지수를 측정한다.

 최하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취미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사회적 기술부터 교육받는다. 난 10대 시절 밴드에서 기타를 치면서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고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대신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말하는 방법을 가르칠 거다. 그럼 학생들도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을 거다. 스포츠·여행·예술과 같이 신나고 유용하지만 여러분의 아이들은 하면 안 되는 여러 활동에 관한 대화법 강의 역시 개설 예정이다. 10년 후 여러분의 아이들이 취업을 할 때 면접관들은 이런 말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거다. “와, SKY대 경제학과를 나왔으면서 나처럼 스쿠버 다이빙도 즐기고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니! 언제부터 출근할래요?”

 레벨테스트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공감을 표시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집중할 것이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이나 1980년대 월스트리트의 주식 거래인, 아니면 오늘날 한국의 엘리트 고등학생처럼 경쟁이 심한 환경에 노출된 이들은 타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게으르고 비효율적인 대중들은 친구를 걱정해 주거나 어려운 시기에 남을 돕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 한국인 친구들은 다들 친구를 걱정하거나 남을 돕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사는 괜찮은 사람들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슬프게도 바로 그 점 때문에 내 친구들이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나의 사교성 학원이 일찍 생겨서 그들이 성장할 시기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른 사람들 걱정을 하거나 불필요한 즐거운 경험을 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여러분의 자녀들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오늘 당장 등록하면 어떨까? 선착순으로 10명의 학생들에겐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다니기에 필수적인 목과 등 근육 발달을 위한 무료 보디빌딩 강의도 제공된다(스테로이드는 별도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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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