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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품으로 명품 제작, 2P 살리고 1P 얻다

‘프라이탁’ 창업자인 마커스 프라이탁(왼쪽)와 다니엘 형제. 업사이클링 기업의 설립자답게 두 사람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신다. [www.freitag.ch/Roland Tännler]
지난 주말 미국 출장에 나섰다. 첫 목적지는 텍사스 오스틴. 세계 최대 창조산업 콘퍼런스인 ‘SXSW(South by Southwest) 2013’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은 음악·영상·인터넷 산업에 종사하는 ‘긱(geek)’들로 넘쳐났다. 긱의 사전적 의미는 ‘괴짜’이지만 영미권에선 ‘특정 분야에 강한 지적 열정을 가지는 사람’이란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어쨌거나 오스틴 거리의 긱들이 유난히 선호하는 듯한 브랜드가 있었다. 프라이탁(Freitag). 스위스 패션 액세서리 메이커다. 며칠 뒤 옮겨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도 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몇 년 전보다 인기가 더 높아진 듯했다.

최초의 프라이탁 가방.
이 제품들은 실은 ‘쓰레기’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가방 하나에 20만~80만원을 호가한다. 애호가들은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럼에도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열성적으로 구입한다. 초기작 중 하나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돼 있다. 애플나이키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 노출이 유난히 잦은 브랜드로 꼽힌다. 세계 각지에 450여 개 매장이 있으며 연간 30만 개가 넘는 물건을 판다. 지난해 매출은 약 350억원이었다. 이 특별한 성공 스토리는 20년 전, 스위스 취리히의 한 고속도로 교차로 변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트럭 천을 자르는 젊은 시절의 창업자들.
똑 같은 제품 하나도 없는 데다 수작업 매력
프라이탁의 창업자는 마커스 프라이탁(42)과 그의 동생 다니엘(41)이다. 형은 광고영상, 동생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예나 지금이나 두 사람은 열렬한 자전거 매니어다. 이런 그들에게 북유럽 특유의 습한 날씨는 고역이었다. 스케치북을 들고 나선 날에는 더 그랬다. 크고 가볍고 방수 잘되는 가방이 절실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으니 직접 만들기로 했다. 아파트 창문을 통해 교차로로 밀려드는 트럭들을 내려보다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타르를 칠해 튼튼하고 방수성 뛰어난 트럭 덮개를 써보기로 한 것이다.

둘은 버려진 트럭 덮개와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폐타이어 따위를 얻어 왔다. 아파트 욕조에서 재료를 세척하고 직접 박음질했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형제들은 아예 이를 사업화하기로 했다.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가볍고 내구성 강한 메신저백은 자전거 출퇴근족의 필수품이 됐다. 안전 벨트를 원용한 버클형 어깨 끈 또한 세계적 유행을 이끌었다. 아이폰 케이스를 비롯한 스마트 기기 액세서리 시장에서의 위상도 독보적이다. 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는 것이 큰 강점이다. 재활용 재료를 쓰기에 이전 사용의 흔적이 어떻게든 남아 있다. 수작업의 결과인 만큼 ‘손맛’도 남다르다. 희소성과 독창성, 탁월한 실용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형제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재활용하면 된다’는 발상을 이리 쉽게 하고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어린 시절 덕분이다. 두 사람은 큰 창고가 딸린 농가에서 자랐다. 각종 장비와 목재, 쇠붙이들이 널린 창고에서 무엇이든 함께 만들었다. 때로는 거리로 나가 버려진 자전거 바퀴 따위를 주워와 새롭게 변모시켰다. 오랜 공동작업을 통해 다져진 팀워크, 장인정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인건비 비싸도 ‘메이드 인 스위스’ 고집
지금 프라이탁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을 대표하는 글로벌 ‘사회적 기업’이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진 재료에 창조성을 더해 이전보다 가치 있는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두 창업자는 ‘인간(People)과 지구(Planet)를 보호함으로써 선한 이윤(Profit)을 얻는다’는 기업 철학을 애써 지켜왔다. 빗물을 모아 공업용수로 쓰고, 버려진 컨테이너를 개조해 공장과 매장을 낸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자 인건비 비싼 스위스 현지 생산을 고집한다. 아울러 형제의 검박한 생활 방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가 됐다.

다니엘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은 20년 전 처음 만든 가방이 지금도 사랑 받으며 그 현대성을 잃지 않은 점”이라고 말한다. 마커스는 “꿈과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기쁨을 강조한다. 결국 형제의 오늘을 만든 건 거창한 이념이나 문제의식보다 ‘바로, 지금, 나의 꿈과 신념에 대한 헌신’이었다. 다른 많은 혁신 리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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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