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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군자는 중용을 지키고(君子中庸), 소인은 중용을 어긴다(小人反中庸). 그러기에 군자는 때에 맞게 적절히 행동하지만(時中), 소인은 기탄이 없다(無忌憚)”. 『중용』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주희(朱熹)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다. “중용이라는 것은 불편부당하며,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고, 평상의 이치를 잘 깨달아 능히 하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다. 이 경지에 도달한 군자는 시기에 맞춰 적절히 처신하게 되지만 소인은 중용을 지키지 못해 거침없이 제멋대로 행동한다.” 『중용』에서도 중용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 문장이다.

우리는 ‘기탄(忌憚) 없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과감성으로, 때로는 추진력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기탄이라는 말은 소인배가 막무가내로 나서는 것을 뜻했다. ‘막가파’식 행동이 바로 기탄이었던 셈이다.

‘방자하여 제멋대로 한다’라는 뜻의 ‘사무기탄(肆無忌憚)’이라는 말도 ‘기탄’에서 확장돼 나왔다. 이 단어는 춘추시대 정(鄭)나라의 왕인 정장공(鄭庄公·재위 기간 BC743~701)과 관계가 깊다. 정장공은 그의 부친 정무공(鄭武公)이 죽자 왕위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모친인 강(姜)씨는 정무공의 동생인 숙단(叔段)을 왕으로 앉히고 싶어했다. 강씨는 왕위 교체의 혼란기를 틈타 숙단으로 하여금 반란을 꾀하도록 부추겼다. 정장공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신하들은 당장 숙단을 불러 처단하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정장공은 “숙단이 부도덕하다고 하나 아직 뚜렷한 모반의 증거가 없다. 지금 나선다면 오히려 ‘동생을 죽인 의리 없는 사람’으로 지탄받을 뿐이다. 내버려 둬라. 그가 방자하여 제멋대로 더 날뛰도록 해라(肆無忌憚). 그가 반란에 나서는 바로 그때 죄를 벌하리라”고 했다.

결국 정장공의 말은 현실화됐다. 숙단은 강씨와 함께 반란을 일으키고 왕을 칭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장공은 사전에 모반 정보를 파악하고는 쉽게 진압했다. 기탄없이 날뛰다가 하루아침에 파국을 맞은 것이다.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에 나오는 고사(故事)다.

북한의 전쟁 위협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불바다, 벌초, 불 도가니 등 단어 선택에 기탄이 없다. 중용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숙단의 종말을 기억해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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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