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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시대 … 안정적 수익 낼 인컴펀드 각광

미국인 영어선생님과 한국의 주택 문제에 대해 얘길 나눈 적이 있다. 대화 도중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자꾸 사용해 확인해보니 ‘전세’를 ‘저언쉐’라고 발음하는 것이었다. 둘이서 이 단어를 영어로 표현해보려 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전세로 통일하기로 합의한 기억이 난다. 마치 재벌이란 단어처럼 말이다.

그만큼 전세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주택 임대 방식이다. 주택 소유자와 임대인 간에 발생하는 일종의 사(私)금융인 셈이다. 그 기저에는 고금리와 주택가격 상승이 전제로 깔려 있다. 이런 전제가 있기에 주택 구매자는 월세라는 수입을 포기하고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해 전세를 주는 투자방식을 선호해 왔다.

이처럼 조달 비용이 거의 필요 없는 ‘전세 끼고 집 사기’ 전략은 한동안 승리자의 전리품이었다. 경제가 급성장해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덩달아 주택 가격이 올라서다.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이 둔화하고 집을 갖고 있는데 따르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 전략은 폐기 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이제 집주인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낼 세입자를 원한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시기와 옆 나라 중국이 산업화·도시화를 국가 과제로 추진하던 2000년대에는 성장주 투자가 필승전략이었다. 이 시기에 철강·화학·조선에 집중 투자했다면 시장 평균수익률을 무조건 앞설 수 있었다. 성장형 펀드가 히트상품이 되어 재테크의 대세가 된 것도 이때다.

일러스트 강일구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은 이런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지난해 성장형 펀드가 코스피지수 상승률조차 밑돌았다는 사실이 이런 변화의 흐름을 나타내는 증거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과거처럼 성장 대형주를 통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건 지금 집을 사며 화끈한 시세 상승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주식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금리는 낮고 세금 부담은 높은 상황에서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는 은퇴는 빨라지고 수명은 길어지는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관점을 바꿔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 살아남는 것이다. 주택 보유자가 시세 상승이란 달콤한 기억을 뒤로 하고 전세 제도를 버린 후 월세로 주택 운용의 방향을 과감하게 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전략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음식료·은행·미디어 등 내수주에 주목
첫째, 배당주를 공략하는 것이다. 주식을 보유하는 대가로 지급되는 배당은 자산에서 현금흐름이 창출된다는 면에서 월세와 흡사하다. 성장주 시대에 배당은 시세 차익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익으로 치부돼 각광 받지 못했다. 필자도 “누가 쥐꼬리만 한 배당 받으려고 주식 투자 하느냐”는 비아냥을 꽤 듣곤 했다. 현재의 금리 수준과 극도로 줄어든 시장의 변동성 아래에서 이제 배당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의외의 시세 차익이 존재한다는 점도 배당주의 매력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패러다임을 바꾸고 배당주를 집중 공략한 투자자들은 선발 주자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SKT·맥쿼리인프라·동서 같은 전통 배당주들에 안정적인 수익을 노린 수요가 몰리며 연초 배당락을 금세 회복하거나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둘째, 배당을 크게 하지 않더라도 현금 흐름을 확실하게 창출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과거 꾸준했지만 큰 폭의 성장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은 대박을 바라는 투자자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던 과거의 경험이 이제는 성공 확률이 낮은 상황으로 바뀌었다. 즉 성장주나 가치주나 투자 결과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손안에 있는 새가 나은 법이다.
최근 환율 하락 외에 별다른 이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료·소비재·은행·유틸리티·미디어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내수주가 각광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저평가된 주식을 선별해 보유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침체됐다고는 하나 지나치게 낮은 시세를 형성하는 지역은 전체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작은 호재에도 가격이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주식에서도 잘못 매겨진 가격을 찾으려는 노력은 본질 가치로의 수렴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

최근 시멘트 주식들의 상승은 부동산 시장의 불황을 생각한다면 황당하게 보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자산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된 가격과 시장에서 장기간 지속된 소외현상 심화가 시멘트 가격 인상이란 조그마한 호재와 맞물리며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직접투자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간접투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선 인컴펀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인컴펀드는 회사채·우선주·배당주·리츠 등으로 구성돼 적극적인 현금 흐름 창출을 추구하므로 월세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은퇴자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인컴펀드가 자산운용 방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단 과거처럼 화끈한 조기 상환 수익률에 초점을 맞춰 변동성이 큰 종목들로 조합을 짜는 방법은 위험이 크다. 다소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 손실이 나는 녹인(Knock-In) 구간을 충분히 낮추고 만기에 초점을 맞춰 주가 하락 가능성이 적은 종목을 편입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시중 은행금리도 나오기 어려운 전세를 끼고 있느니 월세라는 흐름에 순응해 그 안에서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닥쳐올 미래라면 지금 그 일을 미리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이미 변화의 중심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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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