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아버지 노릇

영화 ‘7번 방의 선물’이나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아버지들은 많이 부족하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다. 밖에서는 성공했지만 집에선 존재감이 없거나 폭력적인 아버지들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현대의 아버지들은 사냥과 농사법을 전수하며 인생의 틀을 만들어 주었던 과거의 아버지들보다 어쩌면 더 힘들게 부모 노릇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도 피곤에 지쳐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것이 전부여서 아이들과 살가운 유대관계를 형성하기도 쉽지 않다. 밖에서는 굴욕을 참으며 뼈가 빠지게 돈을 벌어다 줘도 집에선 게으르거나 무관심한 존재로 종종 오해 받는다. 그러다 은퇴하거나 혹은 물질적 능력이 없어지면 존재감 없이 따돌림 당하기도 한다.

일러스트 강일구
 가족의 철없음과 이기심을 탓할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자초한 면도 있다. 아이들의 친구가 누구인지, 취미가 무언지, 좋아하는 과목은 무언지 전혀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입시 결과가 좋지 않다고 자녀에게 “너는 불효자다”라거나 아내에겐 “집에서 뭐했느냐”며 얼굴을 붉히는 식이라면 가족은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과거에는 남녀의 일이 분업화됐고 부모의 권위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지만 요즘은 모든 것이 헷갈린다. 맞벌이하는 어머니는 가사와 양육에 동동거리는데 아버지는 꼼짝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전업주부인 아내가 파김치가 된 남편에게 저녁마다 가사와 양육을 몽땅 맡기고 나가 버리기도 한다. 미숙한 부모를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돌보는 조숙한 자녀들의 고민도 많다.

 아무리 여건이 좋지 않아도 아버지가 사회성, 현실 적응력, 경제적 훈련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과 창조적인 능력까지 키워 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돈도 잘 벌고, 잘 놀아 주고, 참을성 있게 들어주며, 현명한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수퍼맨 노릇이 어디 쉽겠는가. 대부분의 아버지는 초인이 아니라 삶에 찌든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안 그래도 힘든 아버지에게 원망과 경멸을 퍼붓는 것은 아버지도 감정이 있고 상처를 입는 사람이란 사실을 잘 모르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오로지 내 자식과 가족만 감성적으로 챙기는 모성에 비해 사회와 연결된 한 구성원으로서 맥락을 보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기에 부성이 조금은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어쨌거나 대부분의 아버지는 ‘부모 노릇’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이기적이고, 엄하고, 권위적이며, 이성적인 행동을 잘 구별하지 못할 수는 있다. 양육이 두려운 게 단순히 경제적 문제나 살벌한 사교육 현장 탓만은 아니란 얘기다. 자라면서 나만은 미숙한 부모처럼 살지 않으리라 셀 수 없이 되뇌었지만 막상 어른이 되면 자신도 그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다고 절감하는 게 보통사람들이다. 그러니 완벽하게 준비해 부모가 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가 미숙해서 오히려 더 강하고 현명해지는 아이도 있다. 부모의 약점과 아이의 자발성을 인정해 주면 오히려 너무 완벽한 부모 밑에서 자라 유약하고 의존적으로 되는 것보다 낫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