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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은 혼자 책·인터넷 보며 연구…불통 심각”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후 정부조직법 개편 협의를 위해 청와대에 온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면 1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래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난항을 거듭해온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두 시간 뒤 청와대를 나선 세 사람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세 사람이 박 대통령한테 야단맞고 나온 것 같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 주장을 들어주면) 헛껍데기만 남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돼 일자리나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과 겨우 접점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당 지도부를 불러 협상을 원점으로 돌려버린 셈이니 세 사람 표정이 밝을 수 있었겠나”라며 “정부조직법이 장기 표류하거나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는 길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16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회동 내용은 다들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이에 앞서 황 대표는 지난주 박 대통령 취임 이래 처음 통화를 했지만 역시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엔 황 대표와 많게는 하루 수차례 통화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로는 통화가 끊겨왔다고 한다.

#장면 2 요즘 새누리당에선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근혜 사또(대통령)의 이방에 불과하냐”는 소리가 나온다. “이 수석이 너무 대통령 뜻만 앞세우면서 교조적으로 나와 정부조직법 타결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정무수석이 의원들을 만나러 온 게 뉴스가 됐다. 정무수석이라면 당연히 의원들을 만나야 하는데 그만큼 할 일을 안 해온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분열상도 도마에 올랐다. 대선 캠프 인사들로 구성된 수석실 정무팀은 ‘대통령의 뜻’ 관철에 중점을 두는 반면, 예전부터 수석실에 근무해온 전문위원들은 “야당과 어느 정도는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해 마찰이 잦았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황 대표는 정무수석 대신 여당 입장에 비교적 귀를 기울이는 편인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과 하루 수차례씩 통화하며 조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당청 구조가 온건파(허태열 비서실장과 황우여 대표) 대 강경파(이정현 정무수석과 이한구 원내대표)로 분열돼 자중지란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장면 3 대선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식. 박근혜 당선인(당시)은 “어제 제가 질까봐 불안해했다는 분들이 있었다면서요”라고 물은 뒤 “그래 가지고 어떻게 정치를 하시겠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나는 정치 하면서 하도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 뇌에 근육이 다 생겼고 두려운 게 없다. 여러분도 그렇게 두려움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간담이 서늘했다. 돌이켜 보니 대통령이 되면 나의 길만 가겠다는 예고였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새누리당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자기 소신이라고 생각하는 사안은 타협의 여지없이 밀어붙이고, 여당과의 접촉은 거의 하지 않는 특유의 소통법에 박근혜계 의원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싫은 소리 들으면 말 없이 시계 쳐다 봐"
익명을 요구한 최고위원 A씨는 “지난해 12월 20일 선대위 해산식 이래 석 달 동안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났거나 통화했다는 사람을 못 봤다”며 당·청 간 불통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관련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관할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두는 대목만 빼고는 모두 대통령 뜻대로 하도록 타협안을 냈는데 청와대는 이조차 거부했다”며 “그렇다 보니 이한구 원내대표가 사면초가다. 요즘 청와대는 야당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여당에 소리만 지르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선 의원 B씨도 “박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사립학교법이나 세종시 문제에서 자기 소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양보 안 했는데 정부조직법도 같은 상황”이라며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담판 지을 능력이 안 되고 이정현 정무수석이나 허태열 비서실장도 그러지 못해 박 대통령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무수석이 제 역할을 못하는 건 그가 대통령의 생각을 워낙 잘 알고 있어 대통령에게 여당 입장을 전하기 어려운 때문”이라며 “이제 당에서 힘 빌릴 곳은 언론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권 초기인 만큼 여당이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시비를 거는 대신 은밀하게 건의할 비선 채널이 필요한데 그게 없어 당정 불통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유인태 정무수석과 맞담배를 하면서 토론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녁 때 소주라도 한잔 하자’면서 여당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당의 고충을 들었다”며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혼자 서적이나 인터넷을 보면서 연구하는 타입으로, 취임 뒤에도 누구를 관저로 불러 얘기를 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여성 대통령이다 보니 술 한잔 하면서 대화하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은 당 대표였을 때 의원들이 본인 마음에 안 드는 얘기를 하면 얼굴색이 확 달라진다. 그러니 누가 진언을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 누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말없이 자신의 손목시계나 벽시계를 쳐다봤다고 한다. 말하는 사람이 알아채게 만들어 말을 이어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의원들과 만남 정례화하는 게 필요”
심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엔 당내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에게 ‘대통령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얘기하면 웬만한 건 통했지만 지금은 이런 채널까지 없어 청와대와 여당이 완벽한 불통 상태”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이런 비판에 펄쩍 뛴다. 이정현 정무수석은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과거엔 (청와대가)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하도록 시키고 언론을 압박해 대통령 뜻을 관철시켰다. 또 여당 의원들을 주말에도 국회에 대기시켜 놓고 날치기를 자행했다”며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에 그런 주문을 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소통) 노력을 왜 안 하나. 우리는 우리대로 소통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나”란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뜻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불평한다”는 말에 “의원이 대통령과 친구인가? 누가 집권여당 153석을 만들어줬는데… (여당이) 알아서 할 일을 안 하고 있다. (야당에) 양보하려면 뭐 하러 다수당을 만들고 야당에 사정하나. 더 이상 어떻게 국회를 존중하란 거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공보 관계자도 "대통령이 여당이나 야당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국민이 대선에서 표를 준만큼 일단 대통령에게 기회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배재대 유진숙(정치학) 교수는 “여성 리더십은 일반적으로 타협적이고 융통성이 많아 대화를 중시하는데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있으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훈련을 받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술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남성적인 정치문화를 답습할 필요는 없지만 박 대통령 나름의 방식으로 의원들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대화채널을 다각화·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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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