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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라이어’ 리더십을 기대하며

‘국민행복시대를 열겠으니 새 희망을 가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가 3주일도 안 돼 국민들의 귓가에서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으로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자고 주창했다. 그러나 우리는 첫 번째 한강의 기적을 만들 때와는 전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1960~70년대 한국 경제는 20대 청년 같은 성장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웬만큼 고장이 나고 아프더라도 달리다 보면 자연치유가 이뤄졌다. 지금은 50대 장년기에 들어선 탓인지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져 이것들을 먼저 고쳐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운 경제 기적을 위해선 다음과 같은 병리현상부터 치유하는 게 필요하다.

 첫째, 구태정치를 탈피하기 위한 정치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취임 후 정부조직법조차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국민들은 여야 정당의 자체 역량으로는 여의도 정치가 탈바꿈하기 어렵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됐다. 국회에서 필요한 법률들을 실기(失機)하지 않고 만들어주고 예산을 통과시켜 줘야 경제부흥도 가능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둔 채 싸움정치를 구경만 해선 안 된다. 여당의 자율권을 존중하되 여야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선 직접 설득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청년실업 문제의 근원인 대학교육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 기업과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낼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고치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대학 규제 체계를 과감히 바꿔 융합인재 육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대학들도 신입생 정원 미달, 졸업생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대로 갈 순 없다는 절박감을 느낀다.

 셋째,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노사관계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의 10% 남짓한 정규직 노조만 과보호하는 제도를 고쳐야 비정규직에 대한 각종 차별이 해소되고, 대기업들의 해외 탈출도 막을 수 있다.

 넷째, 서비스산업 개혁 없이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생산성 향상 없는 영세 자영업자 보호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국내총생산(GDP)의 70%,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창조경제가 꽃피울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네 가지 개혁을 추진할 때 박 대통령은 ‘나를 따르라’ 식의 선도형 리더십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대화·타협을 통해 융합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글로벌 리더 150명을 탐구한 내용을 담은 『멀티플라이어』는 팀과 조직의 역량·생산성을 배가시키는 리더십을 잘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정치혁신의 대상인 여의도 정치권을 예로 들어 보자. 각자 헌법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과 여야 모두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야당은 지난번 대선 때 얻은 48% 지지층을 대변한다는 나름의 사명의식이 있기 때문에 승자가 포용해 주어야 상생의 정치가 작동될 수 있다. 여당 또한 청와대와 권한을 나누어 갖고 싶어하는 지분의식을 갖고 있다. 이를 무시하면 능동적 협상의 정치가 열리지 않는다.

 대학개혁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학총장 직선제를 바꾸는 개혁을 추진한 만큼 이를 토대로 대학 스스로 융합인재 양성 시스템을 만들도록 정부 규제를 줄이고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노동개혁의 대상인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는 역대 정권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만큼 막강한 집단이다. 그런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노동개혁의 초점은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축소하는 방향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끝으로 서비스 규제 개혁의 대상인 지식노동자 집단과 이들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각 부처 공직자들의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영리병원 허용이나 법조 개혁 등을 집단이기주의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책임장관들은 이 모든 개혁과제가 대화·협상이라는 힘든 과정 없이 추진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이런 대화와 협상은 상대방을 포용하면서 더 큰 사회적 이익을 위해 작은 사익(私益)을 양보토록 만드는 융합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강봉균 군산사범학교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행시 6회(1969년). 관료 생활 31년 동안 정보통신부·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3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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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