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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북통일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다고?…"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은 “우리 입장과 우리 기준에서만 중국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상선 기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가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지도체제를 확정했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국가주석과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에, 리커창 정치국 상무위원은 국무원 총리에 각각 선출됐다. 그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남북한과 미·중 사이의 기류는 미묘하고 복잡하다.

최장수 주중대사(6년6개월: 2001년 10월~2008년 3월)를 지낸 김하중(66·사진)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시진핑 시대의 중국과 북·중 관계, 미·중 관계, 남북 통일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 의전 비서관, 외교안보수석, 주중대사,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이후 e메일과 면담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최근 『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1, 2』를 출간한 김 전 장관은 “중국인들은 수많은 나라의 흥망을 경험했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면서까지 남북한 통일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중국을 믿고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시진핑 시대’를 어떻게 보나.
“장쩌민(江澤民)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뜻에 따라 후진타오(胡錦濤)에게 권력을 이양했기 때문에 후진타오는 자신의 뜻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반면 시진핑은 장쩌민 측근들의 충분한 지지를 받아 후 주석보다는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감을 갖고 일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집권 10년이 끝날 무렵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까.
“중국이 현재와 같은 발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머지 않아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할 때가 올 거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를 수립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G2(미국+중국) 시대에 우리는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하나.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두 개의 관계가 상호 배치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미·중이 대립이 아닌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도록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한·중 관계는 그동안 협력동반자관계(김대중 정부·1998년),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노무현 정부·2003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이명박 정부·2008년)로 발전해 왔다. 박근혜 시대에는 어떤 관계로 가야 할까.
“양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해 향후 5년간 공통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꼭 그런 수식어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관계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좋지만 내실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더 중요하다.”

-앞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꿀까.
“설사 그런 마음을 갖고 있더라도 당장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계속 북한을 설득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이 채택된 뒤 냉각기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중국은 틀림없이 대화를 주장할 것이다. 비록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북핵 문제는) 결국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저서에서 ‘북한을 설득할 나라는 중국’이라고 단언했는데.
“지리적·역사적 관계, 특히 최근 북·중 간의 무역과 경제적인 협력을 고려할 때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선 그런 수단을 사용할 경우 중·북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고, 나중에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훨씬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수단을 섣불리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보다 북한의 안정을 우선시한다는 시각을 어떻게 보나.
“중국의 과거 대북정책이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을 우선시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3년 들어 6자회담이 시작되고 중국이 의장국이 되면서 중국도 점차 비핵화를 중시하게 됐다. 중국은 대북관계에서 얻을 특별한 이득이 없지만 오직 전략적인 고려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와 같은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중국 국민들이나 국제사회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중국은 유엔 결의안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질적인 제재에는 비협조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중국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대북 설득에 나서기로 했을 때 북한을 설득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중국으로선 내심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이 강력히 요청하면 북한이 말을 들을 것이라고 자신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6자회담 진행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의 행동을 보면서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다. 북핵 문제는 중국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고 협조한 것은 사실이며 우리도 그런 중국의 태도를 평가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의 속성을 고려해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중국의 태도가 국제사회 시각에서는 불만스럽게 보이는 측면이 있음을 중국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저서에서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대륙과 한반도의 관계가 역대 최고”라고 평가했다.
“92년 수교 이후 양국 관계의 추이를 보면 한·중 관계는 남북 관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한·중 관계도 발전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으로선 대북 관계를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중 관계는 무역이나 경제협력, 인적 교류 면에서 급속히 발전해 왔다.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외교·안보 분야 협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

-중국과 중국인을 대하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의 기본 자세는 어때야 하나.
“한국인들이 중국을 생각할 때는 항상 과거의 중국을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국가를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회이기 때문에 중국을 이야기할 때 우리 입장과 우리 기준에서만 판단하지 말고 항상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항상 겸손하게 중국인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의연하고 담대하게 행동해야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진심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원할까.
“중국은 먼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룬 다음에 화해·협력을 거쳐 통일을 이루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 ‘천하대세는 합한 지 오래 되면 반드시 나뉘고 오랫동안 나뉘어 있으면 반드시 합해진다(合久必分 分久必合)’는 말이 있듯이 중국인들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수많은 나라들이 흥하고 망한 것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면서까지 남북한 통일을 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때 한·중 정상끼리 남북 통일을 논할 만큼 정말 가까워졌나.
“남북한 모두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어느 한쪽과 통일 문제를 협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한·중이 남북 통일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무르익고 분위기가 조성되면 협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북핵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 정부의 방침이 안 나와 설왕설래가 있다. 새 정부가 빨리 내부 방침을 정하고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북핵 문제가 심각하지만 (섣부른 핵 보유론보다는) 절대적으로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통일은 요원해지는 것인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핵보유국이 된 건 아니다. 미·중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몇 번 했다고 통일이 요원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북한이 무리하게 핵 보유를 추진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극도로 부족한 국력을 소진해 오히려 통일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민족에게 ‘통일의 창’은 언제쯤 열릴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상황을 보면 통일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독일 통일과 같이 남북 통일도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통일은 빠를수록 좋겠지만,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만 그 전에 우리 스스로 통일 문제에 대한 국론 통합과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한마음 한 뜻으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관시(關係·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술과 골프를 하지 않고도 최장수 주중대사를 한 비결은.
“세상 사람들은 내가 단순히 사람 관리를 잘해서 그럴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65년 대학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할 때부터 중국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95년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중국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 왔다. 나는 지금도 중국 친구 80여 명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고위 지도자가 됐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외교관에게) 술과 골프보다 더 강력한 게 기도라고 생각한다.”

-5명의 대통령을 모셨는데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따뜻함에 있다. 마음이 강퍅하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경쟁자와 다투면 지도자가 될 수 없고 경쟁자와 똑 같은 사람이 된다.”

-교회 장로인데 신앙생활에 임하는 자세는.
“주변 분들에게 ‘기기감’을 강조한다. 항상 기뻐하고, 항상 기도하고, 항상 감사하라는 의미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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