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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에게 절대 충성 ‘진도’ … 차지철 엉덩이 물어 격리 조치

주인에 대한 복종과 충성심이 다른 동물보다 유달리 뛰어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개’. 늘 주인 곁을 지키는 ‘충견’으로 칭송받기도 하고 ‘애완견’으로 제2의 가족 구성원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충성스러운 개는 한 나라의 지도자들에게도 사랑받는 대상이다. 모든 권력의 정점에 서 있지만 가장 외로울 수밖에 없는 자리. 최정상의 고독을 씹고 있던 그들에게 애완견은 가장 가까운 벗이자 제1의 참모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새로운 가족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했다. 지난달 25일 삼성동 자택을 떠나던 날 주민들에게서 선물받은 진돗개 두 마리다. 이들의 이름은 ‘새로운 희망’이란 뜻의 ‘새롬’과 ‘희망’으로 붙여졌다.

박 대통령 새 가족 ‘새롬’ ‘희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삼성동 사저에서 주민들에게 진돗개를 선물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강아지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70년 후반엔 청와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스피츠종인 ‘방울이’를 키웠다. 박 대통령 부녀가 함께한 과거 사진에 유달리 자주 등장하는 강아지가 바로 방울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방울이의 초상화까지 직접 그리고, 더운 여름날 몸소 부채를 부쳐주며 더위를 식혀줄 정도로 끔찍이 아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급격히 생기를 잃은 방울이는 더 이상 자기 앞에 나타나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의 방을 기웃거리며 주인의 슬리퍼 위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박 대통령은 2004년 미니홈피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줄곧 나와 같이 지낸 방울이가 죽은 뒤론 마음이 아파 강아지 키우기가 겁난다. 정이 들고, 또 헤어지고, 그리고 그리움이…”라며 애틋한 심경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이후 동생 지만씨에게 진돗개 ‘봉달이’와 ‘봉숙이’를 선물받아 삼성동 자택에서 함께 지냈다. 이들로부터 얻은 9마리 새끼 중 수컷 4마리에게 건·곤·감·리, 암컷 3마리에게 청·홍·백이란 이름을 붙여 2005년 일반인에게 분양하기도 했다. 하지만 봉달이와 봉숙이마저 죽은 뒤론 최근까지 애완견을 다시 키울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방울이 전에 박 전 대통령 곁에는 진돗개 한 마리가 있었다. 육영수 여사 서거 후인 75년 진도군수가 선물한 진돗개였다. 박 전 대통령은 ‘진도’라 부르며 정성 들여 키웠다. 진도는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공격적이었다. 본관 2층으로 올라가던 차지철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이 달려드는 진도에게 엉덩이를 물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78년 진도는 박 전 대통령의 신당동 사저로 ‘격리 조치’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가끔 사저에 들를 때면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꼬리를 흔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외로움을 이기지 못한 탓인지 시름시름 앓던 진도는 1년 만인 79년 봄에 죽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잘 묻어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대중, 김정일이 선물한 풍산개 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 이 전 대통령의 애완견인 ‘청돌이’가 논현동 자택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애완견 ‘해피’는 ‘자식’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귀국한 뒤 지인에게서 선물받은 잉글리시 토이 스패니얼 계통의 해피는 이 전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끔찍한 사랑을 받았다. 부부가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영어를 알아듣는 영특한 개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50년 6·25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해피가 깡마른 모습으로 찾아오자 “해피가 이렇게 다시 나를 찾아온 건 기적”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해피와의 행복한 시간은 1960년 4월 27일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로 망명하면서 멈추게 된다. 주인을 잃은 해피는 단식으로 버텼고, 하와이 해변에서 낚시로 세월을 잊던 이 전 대통령은 고국에 두고 온 해피가 눈에 밟혔다. 결국 참모들은 이 전 대통령을 위해 한 미국인 설계사가 귀국하는 배편에 몰래 해피를 태웠고, 결국 해피는 이 전 대통령의 품에 다시 안겼다. 애견 해피는 이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 그의 곁을 조용히 지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진돗개 두 마리를 키웠는데, 재산 압류 당시 경매로 나온 이 개를 구매자가 다시 전 전 대통령에게 돌려줬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때 요크셔테리어를 키웠다는 얘기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특별히 개를 키우진 않았다고 한다.

① ‘해피’ 를 안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②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진도’. ③ 1970년대 ‘방울이’ 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④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그린 방울이. 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호·천사’와 ⑥ ‘우리·두리’. ⑦ 노무현 전 대통령과 ‘누리’. [중앙포토]▷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는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김 전 대통령은 풍산개인 우리와 두리, 삽살개인 수호와 천사, 그리고 진돗개 등과 함께 지냈다. 이 중 풍산개 우리와 두리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서 선물받았다. 답례로 김 전 대통령은 진돗개인 평화와 통일을 선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후 “풍산개를 일반에 공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우리와 두리는 서울에 온 지 5개월 만에 서울대공원에 보내졌다. 북한에 있는 평화와 통일도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뒤이어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서 진돗개와 삽살개를 넘겨받았다. 하지만 새 대통령이 낯설었던지 개들은 노 전 대통령과 쉽사리 정을 붙이지 못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이들을 서울대공원에 보냈고, 이후 재임 기간엔 애완견을 키우지 않았다. 퇴임 후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내려가서야 보더콜리종의 ‘누리’를 키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두 달쯤 뒤 누리는 쓸쓸함을 견디지 못하고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다니던 산책길로 나선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끔찍이 아끼는 애완견이 있다. 바로 청돌이다. 2009년 1월 청와대에서 태어났으니 이제 만 4세 된 진돗개다. 2006년 대통령 후보 시절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기르던 진돗개 ‘진순이’로부터 얻었다.

  이 전 대통령의 청돌이에 대한 애정은 페이스북에서도 드러난다. “출근길 나의 동반자 청돌이. 새 한 마리가 날아올라도, 나뭇잎 사이 햇살 한 줄기 스며들어도 거의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네요”라며 청돌이 얘기를 화제로 삼았다. 대충 대해도 되는 사람과 자신이 깍듯이 모셔야 하는 사람을 구분할 줄 알았던 청돌이는 대통령 주변에서 처음 본 사람을 향해선 마구 짖었지만 한두 번 본 뒤로는 자제했다고 한다.

클린턴·부시, 애견 죽자 애도 성명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친구를 원하면 개를 길러라”고 했다. 워싱턴 정가의 비정한 세계를 동물 중 인간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개에 빗대 한 말이다. 이 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애완견을 기르면서 다시 인용해 주목을 받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애완견 ‘버디’가 교통사고로 죽자 직접 애도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 언론은 앞다퉈 버디의 일생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전국의 어린이들로부터 버디에 대한 추모 편지가 쏟아지자 힐러리 클린턴은 이를 묶어 『퍼스트 펫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이렇듯 미국에서 대통령의 애완동물은 대통령 못지않은 명사 대접을 받으며 인기를 누린다. 대통령 부인이 ‘퍼스트 레이디’라고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애완견 역시 ‘퍼스트 독’으로 통한다. 백악관 홈페이지엔 동물별로 사이트를 따로 두고 있다. 역대 최고의 백악관 애견가로 꼽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인 엘리노어를 욕해도 좋지만 나의 애견 팔라를 욕하진 마라”고 했을 정도다. 애완견 ‘팔라’는 루스벨트 기념관에 동상까지 세워졌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애완견 ‘바니’ 또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다니며 참모 역할을 톡톡히 해 인기를 끌었다. 바니는 각국의 국가 원수들이 백악관을 방문할 때면 늘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공식 외교석상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도 2008년 첫 미국 방문 당시 바니를 위해 개목걸이와 인조 뼈다귀를 선물로 챙겨 갔다. 부시 전 대통령도 바니가 죽자 아내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바니는 지난 8년간의 백악관 생활 동안 늘 제 곁을 지켰습니다. 그와 정치를 논의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충직한 친구였습니다. 바니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퍼스트 독’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인터넷에는 개의 품종을 추천하는 글이 쏟아졌고 특정 강아지를 추천하는 동영상이나 설문조사가 넘쳤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포르투갈 워터독이라는 생소한 종의 강아지를 선택했다. 정치적 은인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에게서 선물받은 이 개는 ‘보(BO)’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후 많은 미국인이 대통령을 따라 같은 종의 애견을 선택했고, 현재 백악관을 방문하는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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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