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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알리는 1면 여백 Saturday가 토요일을 바꿨습니다

일간지에선 금기시되던 이슈를 정면으로 파고든 ‘3040 섹스리스 부부’(지난해 9월 15일자). 유엔 사무총장이 꿈인 저소득층 소녀 은비는 기사 덕분에 반기문 총장을 만났다(지난해 11월 10일자).

2012년 3월 17일 토요일 아침, 중앙일보는 또 한 번 변신했다. 신문의 ‘얼굴’인 1면을 절반쯤 비운 듯한 파격적인 편집이 첫선을 보였다. 하얀 여백 상단엔 기존 신문의 크고 굵은 제목 대신 ‘Saturday’라는 파란색 단어가 자리 잡았다. 각 지면에서도 내용과 형식의 파격은 이어졌다.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스포츠·연예 분야를 아우르며 콘텐트가 다양해졌고, 1인칭 화법을 비롯한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 시도됐으며, 사진을 한 면 가득 싣는 등 디자인은 한층 깔끔해졌다.

 중앙일보 토요판인 Saturday의 이 같은 실험은 한국 언론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중앙일보만이 할 수 있는 시도”라는 학계의 호평도 잇따랐다. 경희대 언론정보학부는 Saturday의 새로운 지면 혁신을 공식 강의 주제로 다루기도 했다. 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백이 주는 편안함이 주말을 넉넉히 맞이할 수 있게 해줬다”며 “대학 수업에도 좋은 사례로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강의 주제로 다뤄

 지난 1년간 Saturday는 천편일률적인 기사 형식을 과감히 탈피해 다양한 분야에서 ‘긴 호흡’의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장 속으로, 뉴스 속으로, 인물 속으로, 세계 속으로’ 등의 코너도 선보였다. 각각의 뉴스 소재에 맞게 편집과 디자인도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구 신문에서 볼 수 있던 세련된 지면을 중앙일보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글쓰기 실험도 계속됐다. 현장의 디테일한 모습들을 최대한 살려 마치 독자가 취재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했다. 레이디 가가 잠실 공연 기사(지난해 4월 28일자)와 ‘화물기 50시간 타고 3만㎞’(지난해 6월 30일자) 등은 “생생한 현장 묘사에 기사를 한달음에 읽을 수 있었다”는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나의 아름다운 주말’ 코너에서는 유명인사들의 주말 취미활동을 취재한 뒤 1인칭 화법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융합 차원에서 도입한 ‘SNS 클릭 핫이슈’ 코너는 한 주 동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키워드들을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게 기사화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 장의 사진과 에세이 같은 사진설명으로 한 면을 장식하는 ‘세상 읽기’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인희 교수는 “다양한 기사체를 통해 잡지 같으면서도 신문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독자들이 어려운 주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며 “이를 통해 재미와 감동, 깊이를 모두 담아낼 수 있었다”고 평했다.

‘금기’에 다가서다, 이슈를 만들다

암벽 여제는 유리판에 엎드리고 사진기자는 그 밑에 누워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지난해 10월 6일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쉽게 기사로는 쓸 수 없었던, 그러면서도 모두가 궁금해 하는 소재를 과감하게 지면에 싣는 작업도 계속됐다. 지난해 9월 1일자 ‘제주로 간 강남 엄마들’ 기사는 자녀 교육에 올인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대치맘’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기자가 대치맘에서 제주맘으로 변신한 엄마들을 제주도 현지에서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16일 보도된 ‘영재 교육 12만 명 시대’ 기사도 한국 영재 교육의 명과 암을 종합적으로 짚어 적잖은 파장을 불렀다.

 ‘3040 섹스리스 부부’(지난해 9월 15일자) 기사는 종합일간지에서는 금기시되던 ‘섹스리스’ 문제를 공론화해 전국 부부들의 공감을 샀고, ‘돌싱 120만 시대’(2월 2일자)에서는 ‘돌아온 싱글(돌싱)’들의 삶을 심층 취재해 우리 사회에서 이혼은 더 이상 주홍글씨가 아님을 확인시켰다. ‘한국 맥주 왜 맛이 없나’(지난해 12월 15일자) 기사는 한국 맥주의 ‘불편한 진실’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 뜨거운 논란을 불렀고, 이후 방송사들이 잇따라 후속 보도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일본 노벨상 수상자 1 대 18’(지난해 10월 6일자) 기사는 한국 과학계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쉽고 재미있는 기사뿐 아니라 접근하기 어렵고 민감한 주제를 선정해 발품을 팔아 기사화할 때 독자들은 그 신문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며 “Saturday가 금기를 깨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을 넘나들다

대치동을 떠나 제주국제학교를 찾은 엄마들 얘기를 다룬 ‘제주로 간 강남 엄마들’(지난해 9월 1일자).

 Saturday 지면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각종 매체에는 자주 등장하지만 친구처럼 다가갈 순 없었던 화제의 인물들을 독자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Saturday가 다리를 놓았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멘토로 불리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지난해 샛별처럼 떠오른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영화 ‘스토커’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박찬욱 영화감독, 전국 수험생과 학부모의 가슴을 쥐락펴락하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개그콘서트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우먼 신보라, 최근 돌연 은퇴를 선언한 프로기사 이세돌 등이 지난 1년간 Saturday의 인터뷰 지면을 장식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뿐 아니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거나 존경받는 인사들도 적극 발굴해냈다. 위암 임상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방영주 서울대 의대 교수, 김안과에서 번 돈으로 후학 양성에 힘을 쏟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대안학교인 양업고를 일군 윤병훈 신부, 탈북자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씨 등을 인터뷰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만남’을 주선했다. 이 같은 Saturday만의 인터뷰는 ‘사람의 바다’를 넘나들며 ‘항해사’의 몫을 독자들에게 넘겼다.

 인터뷰 대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크게 흥행한 영화 ‘레미제라블’의 톰 후퍼 감독을 전화 인터뷰해 화제를 모았고, 영화 ‘링컨’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직전 인터뷰해 관심을 모았다.

주말 아침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다

고비사막에 쏟아지는 별들을 사진에 담아 시로 표현한 ‘세상 읽기’(지난해 9월 8일자). 23년 만에 다시 뭉친 들국화 인터뷰. 들국화는 재회 기념 콘서트 포스터에 위 사진을 싣기도 했다(지난해 7월 7일자).

 Saturday는 지난 1년간 독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프로젝트를 기사화한 ‘크리스마스 100일의 기적’ 시리즈(지난해 9월 22일자, 11월 10일자, 12월 22일자)는 작은 기적을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낸 케이스다. 위탁가정에서 자라면서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며 유엔 사무총장을 꿈꾸던 은비는 본지 보도 이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초청장을 받고 미국 뉴욕에서 직접 반 총장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지적장애인들의 인간 승리를 다룬 ‘2013평창스페셜올림픽’ 플로어하키팀 스토리(1월 26일자)도 주말 아침 훈훈한 감동을 전해줬다는 독자들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암 이제는 산다…10년 지나도 절반 넘게 생존’(지난해 3월 24일자) 기사에서는 실제로 암을 극복했거나 암과 더불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심층 취재해 전국의 암 투병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 얘기인 ‘호스피스 병동 24시’(지난해 12월 1일자)는 웰다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는 평가 속에 많은 독자들의 눈물을 훔쳤다. 이준웅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는 봄이 되면 독자들에게 꽃씨를 배달한다”며 “중앙일보 Saturday도 늘 새롭고 참신한 시도를 통해 매주 토요일마다 ‘주말’을 배달해주는 지면이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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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