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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의 '삼겹살 신화', 유래 알고보니…



서울을 먹다
황교익·정은숙 지음
따비, 432쪽, 1만6000원


맛나고, 웅숭깊고, 아련한 책이다. 설렁탕에서 부대찌개까지 ‘서울음식’ 17가지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데, 우선 그 비법이며, 맛집을 소개하니 맛나다.

 칠첩반상 같은 격식 있는 요리가 아니라 순대며 떡볶이며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캐고 들었으니 여느 맛집 안내서에서 만나기 힘든 그윽한 멋이 있다. 여기에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청진동 해장국집의 새벽 풍경처럼 추억을 건드리는 이야기도 담겼다.

 “프로레슬링을 하는 날에는 장충체육관이 미어 터졌다.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체육관 건너편 족발집들이 미어 터졌다. 김일의 박치기를 보고 난 다음 ‘체력은 국력’이라고 더욱더 믿게 된 서울 시민은, 별다르게 체력을 키울 방법이 없던 서울 시민은(…) 한 접시의 족발이 앞에 놓이면 누군가는 ‘동의보감에 말이야’ 하고 족발의 건강음식론을 펼쳤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이야기로 들릴 이런 구절만 있다면 감상 어린 에세이로 그쳤을 터다.

 1970년대 대규모 양돈단지가 조성돼 돼지고기 수출이 이뤄졌지만, 다리와 머리, 내장, 피 등 부속물은 이 땅에 남아 재래시장에서 순대·머릿고기로 제공됐다든가, 80년대 돼지고기 등심·안심의 수출로 삼겹살이 남아돌면서 한국인만의 ‘삼겹살 신화’가 만들어졌다는 현대사의 그늘이 드리워진다.

중앙포토

 다큐멘터리인가 싶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시인 박목월이 제자들에게 매운 냉면을 먹게 한 뒤 “앞으로 살면서 고초를 겪을 때마다 땀 흘리며 먹은 냉면을 생각하며 견뎌라”하고 당부했던 일화가, “함흥냉면은 이북에서 쓰이던 말이 아니다. 한국전쟁 후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명성 높은 평양냉면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들의 고향 음식인 회국수, 감자농마국수에 함흥냉면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역사가 함께 실렸다.

 감자 전분으로 만들었다 해서 ‘감자농마’, ‘농마’는 녹말의 함경도 사투리, ‘녹말’은 녹두의 분말에서 나왔으나 이제는 전분의 통칭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냉면의 꾸미로 읽으면 되겠다.

 30~40년 전에는 부유층이나 정치인들이 즐겼다는 고급 부대찌개 존슨탕, 노동의 피로와 허기를 씻어주던 영등포 감자탕과 왕십리 곱창이 왜 서울음식으로 꼽혔는지 지은이들은 찬찬히 보여준다.

 책의 부제는 ‘음식으로 풀어낸 서울의 삶과 기억’이지만 맛집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고춧가루와 마늘을 기름에 볶다가 떡을 넣고 볶는 옛날식 떡볶이를 파는 통인시장의 ‘원조할머니떡볶이’, 잘게 분쇄한 비계덩어리를 가열해 낸 기름으로 녹두빈대떡을 거의 튀기다시피 하는 탑골공원 옆 ‘유진식당’ 등 숨은 맛집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책이 이처럼 다채로워진 것은 맛 칼럼니스트와 음식 기행작가가 함께 일 년 가까이 발품을 판 결과를 따로 써 묶어낸 덕분이다. 그러기에 책 두 권을 읽는 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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