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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주가리' 별명 20대女, 결국 전신마취 후









#1. “처음엔 무섭죠. 칼을 든 의사가 보이고, 코의 골막을 갈아내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리면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최근 눈과 코 수술을 받은 대학생 최모(20)씨의 말이다. 그는 “쌍꺼풀과 코 수술은 부분 마취를 하기 때문에 수술하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며 "눈 위로 바늘이 왔다갔다 하고 눈가의 지방을 빼는 과정에서 고기 타는 냄새가 날 땐 눈물이 절로 흐르더라”고 수술 당시를 회상했다. 최씨에게 용기를 준 건 먼저 수술한 친구들이었다. “예뻐진 친구들을 보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성형 이후 최씨와 친구들은 서로의 고교 시절 사진을 페이스북에서 모두 지우기로 약속했다.

 #2. 지난해 양악 수술을 받은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정말 힘든 건 수술 후”라고 고백했다. 전신마취를 하고 네 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뒤 엄마와 마주했다. 자신의 임플란트 대신 딸의 양악 수술을 지원한 엄마는 “고생했다. 우리 딸이 예뻐지는 게 엄마·아빠의 행복이지”라며 눈물을 훔쳤고 김씨도 같이 울었다. 6시간 동안 잠들면 안 된다는 말에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아야 했고, 마취가 깬 뒤엔 온몸이 저릿하고 팔다리의 힘이 빠졌다. “수술 후 일주일은 얼굴에서 열이 나고 부기가 혈관을 눌러 참을 수 없이 아팠어요. 뭘 먹어도 피맛이 났고요.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고 ‘턱주가리’라는 꼬리표 대신 ‘예쁘다’는 칭찬을 자주 들어 지금은 행복해요.”

 외모에 불만 있는 여성들에게 성형은 가장 ‘합리적인’ 투자다. “학원비 많이 들인다고 전부 서울대 가는 건 아니지만 외모는 돈을 들이는 만큼 예뻐진다.” 굿라인 성형외과 최덕호 원장은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의 심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50대 아주머니가 ‘달동네 사는 내가 오죽했으면 성형외과를 찾아왔겠냐. 가사도우미를 하려 해도 늙어 보이면 써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더라”며 “과거엔 성형이 일부 부자나 연예인의 전유물인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엔 거의 전 직종과 계층으로 확산돼 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성형 열풍에는 ‘성형하지 않은 자, 유죄’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코에 필러를 두 번째 맞은 직장인 이모(35)씨는 “내 얼굴을 사랑하려 해도 세상 모든 사람이 ‘성형도 안 하고 무례하게 어딜 다니냐’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들 예뻐지니까 예전 그대로인 나는 상대적으로 못생겨진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며 “이제 성형은 화장처럼 사회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가 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보톡스·필러는 신이 내린 물약”

성형수술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나이를 불문한다. 하지만 선호하는 수술의 종류와 부위는 나이별로 다르다. 어린 10대들을 사로잡는 것은 눈과 코 성형이다. 쌍꺼풀이 있는 큰 눈과 오똑한 코, 두 곳에 집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의 학업 스케줄을 관리하듯 딸아이의 성형 견적을 고민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됐다. 특히 방학과 수능 이후는 엄마의 팔짱을 낀 10대들이 성형외과를 점령하는 극성수기다.

 어려서 눈과 코를 ‘정비’한 이들에게 20대는 ‘다시 태어나는’ 시기다. 미의 안목이 넓어지면서 몸 전체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 때다. 얼굴형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양악 수술과 사각턱 교정 수술, 광대뼈 수술 등 말 그대로 ‘뼈를 깎는’ 수술의 주고객도 이들이다. 예쁜 라인을 위한 가슴 확대 수술도 빼놓을 수 없는 관문이다. 원진성형외과 박원진 원장은 “얼굴을 작고 매끈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워낙 크다 보니 광대뼈 축소 등 큰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세 번씩 재수술받는 환자도 적잖다. 대학원생 지모(27)씨는 지난달 휴학한 뒤 양악 재수술을 감행했다. 수술을 받은 지 3년 만이다. 지씨는 “첫 수술에서 주걱턱을 없애긴 했지만 100% 성에 안 차 한 번 더 칼을 대기로 했다”며 “목표가 확고하니 크게 두렵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여자는 엄마가 한 번, 의사 선생님이 또 한 번 낳아주는 거죠.” 자칭 ‘시술 신봉자’인 직장인 최모(28)씨의 말이다. 스무 살 때 눈·코 수술을 받은 최씨는 ‘프티 성형(칼 대신 주사를 이용해 시술하는 성형)’을 접하면서 성형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보톡스와 필러는 신이 내린 물약”이라며 “건강검진 받듯 보톡스를 맞는다”고 고백했다. 필러나 보톡스의 효과는 6개월에서 1년가량 유지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리터치’를 받아야 한다. 최씨는 “설령 시술이 잘못돼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얼굴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시술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2)씨는 사각턱을 갸름한 V라인으로 만들어주는 사각턱 보톡스로 시술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콤플렉스였던 종아리를 예쁘게 해주는 종아리 보톡스도 맞았다. 두 시술에 모두 성공하자 김씨는 더 과감해졌다. 그는 지금 겨드랑이와 다리털 영구제모, 피부톤을 밝게 하는 레이저 토닝과 박피 시술, 기미와 주근깨를 없애는 IPL 시술 등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움푹 파인 볼에 필러를 넣는 것도 동안을 위한 필수 코스다. 김씨는 “의사 선생님과 3년을 함께해 오면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됐다”며 웃었다.

“20~30대 여성 학원강사들 몰려”

 김씨처럼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은 주로 취업과 결혼을 앞두고 시술의 세계에 빠져든다. 이들에게 점심시간은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양보하는 시간이다. 20~30분만 내면 갸름한 턱선과 가는 종아리, 오똑한 콧날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콧대도 한때 오똑한 코가 유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콧망울이 동그란 코가 대세가 됐죠. 이처럼 트렌드가 계속 바뀌니 몇 시간 수술대에 오르는 것보단 그때그때 필러로 만져주는 게 더 낫죠.” 학원강사 안모(32)씨의 얘기다. 피부과 전문의 조승현 원장은 “최근 들어 20~30대 여성 학원강사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며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되면서 강사들이 외모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에겐 이마와 어깨라인 성형이 인기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모(27)씨는 “미용실에 갔더니 ‘예비신부는 당연히 이마를 가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술을 권하더라”며 “예쁜 올림머리를 위해 이마를 도톰하게 해주는 필러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마 시술과 함께 어깨에 뭉친 승모근을 축소하는 보톡스도 맞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을 때 가늘고 긴 목선을 뽐내기 위해서다.

 돈과 피부노화가 동시에 찾아오는 30대는 어려 보이는 피부 시술을 많이 찾는다. 코웰 성형외과 강창균 원장은 “여성들이 30대가 되면 ‘20대에 밀린다’는 게 정설이라 최대한 어려 보이고 투명해 보이는 피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물광 주사나 비타민 주사 등 피부 시술과 얼굴에 실리콘을 넣어 처진 볼을 채워주는 귀족 동안 수술 등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소개했다.

 또한 30대는 20대에 받은 수술 중 잘못된 부분을 ‘재정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수술한 쌍꺼풀이 풀렸다거나 기다란 눈이 유행이던 시절 과도하게 앞트임 했을 경우 이를 복원하기도 한다. 코 라인도 재수술을 통해 전체적으로 다듬는 시기다. 직장인 문모(32)씨는 “고교 졸업 당시에는 큰 눈이 유행이어서 앞·튀트임을 모두 했는데 인상이 강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아 결혼을 앞두고 복원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40~50대의 화두는 ‘미시 아줌마’ 되기다. 관리 잘하는 주변 여성들이나 동년배 연예인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주로 젊어 보이게 해주는 눈매 교정술인 하안검 수술을 많이 받는다. 질 성형수술도 인기다. 최근에는 몸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복부·팔뚝·허벅지 등에 지방을 흡입하는 시술과 울퉁불퉁한 몸매를 잡아주는 셀룰라이트 관리 시술에도 발길이 몰리고 있다. 강 원장은 “40~50대의 경우 얼마나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병원을 찾는 횟수와 의료 지식이 결정된다”며 “이들은 건강검진을 받듯 정기적으로 성형외과를 찾아 자신의 외모를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성형 부작용’ 의료소송 증가세

 이렇듯 성형이 보편화되면서 성형·보톡스 중독 등 끊을 수 없는 ‘성형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양악 수술과 리프팅을 패키지로 판매하기도 한다. 4년 전 양악 수술과 광대 축소 수술을 받은 이모(27)씨는 수술 2~3년 뒤 볼이 처지고 코평수가 넓어지는 걸 느꼈다. 병원을 찾았지만 “양악 수술 후 종종 일어나는 볼처짐 현상”이라며 처진 살을 들어올리는 리프팅이나 양악 재수술을 권했다. 치아 교정도 다시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지면서 이씨는 예정에 없던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세진성형외과 김세진 원장은 “피부를 지탱하고 있던 뼈가 사라지니 볼이 처지는 것”이라며 "수술 전보다 얼굴이 더 망가지면서 자괴감과 우울증·대인기피증을 겪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보톡스나 필러 시술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사각턱 보톡스를 너무 자주 맞으면 근육이 완전히 없어져 입이 다물어지지 않거나 씹는 능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한다.

 잘못된 수술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에 사는 대학생 A씨(23)는 “양악 수술 후 턱이 돌아가고 눈물샘이 막혀 하루 종일 눈물이 흐르는 등 부작용으로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2월에는 B씨(30·부산시 기장군)가 안면 비대칭 수술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근엔 아이가 둘인 엄마가 양악 수술 부작용으로 자살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피해 신고와 상담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성형수술 관련 피해자 상담건수는 2009년 2011건, 2010년 2949건, 2011년 4043건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양악 수술 상담건수는 2010년 29건, 2011년 48건, 2012년 89건으로 급증했다. 소비자보호원 의료정보통신팀 권남희 부장은 “양악 수술이 늘면서 의료사고 상담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악 수술 전문병원으로 알려진 한 병원은 실체가 없는 ‘양악 전문의’가 직접 집도한다고 광고했다가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의료소송이 증가하면서 전담 변호인단을 꾸리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이준석 변호사는 “수술건수가 많은 큰 병원이라고 100% 안전하진 않다는 점을 명심하고 사전에 꼼꼼히 챙기는 게 중요하다”며 “전담 마취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에서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채윤경·송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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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