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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남자의 그 물건’] 홈쇼핑 음식 ‘돌직구 품평’ 해봤더니

강승민 기자
‘기러기 아빠’ 김정원(45)씨는 홈쇼핑 음식 매니어다. 김치는 물론 냉동만두나 돈가스(포크 커틀릿), 훈제오리 같은 각종 식품을 홈쇼핑으로 산다. 즉석밥이나 갈비탕처럼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도 김씨의 단골 주문 메뉴다. 부인·자녀와 떨어져 지내길 2년째. 하지만 그에게 퇴근길 장보기나 주말 장보기는 여전히 멋쩍은 일이다. “뭘 사야 할지도 잘 모르고, 그렇다고 음식 솜씨가 훌륭한 건 더더욱 아닙니다. 마트에서 누군가 날 보면 처량하게 여길까도 신경 쓰이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TV 홈쇼핑은 김씨에겐 대형마트보다 편한 존재다. 전화만 걸면 끝이다. 게다가 대부분 메뉴는 간편 조리식이어서 편하다. “만약 홈쇼핑에서 음식을 살 수 없었다면, 정말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부실하게 먹고 지내겠죠.” 안쓰러워 보이는, 대한민국 가장 누군가의 얘기다.



기러기 아빠만 그런 게 아니다. 독거 총각 신세인 기자도 마찬가지다. 돈가스며 김치를 비롯해 양념 불고기나 사과도 사 먹어 봤다. 개인적인 경험상 만족도는 복불복이었다. 방금 솥에서 꺼내 너무 뜨거워 보이는 찐만두를 입에 넣고도 천연덕스럽게 “맛이 기가 막히다”고 유혹하던 쇼핑 호스트가 밉기도 했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었다”며 호들갑 떨었던 “이런 혜택, 이번 방송이 마지막”이라고 재촉했던 그 쇼핑 호스트를 다신 믿지 않기로 한 적도 있었다. 주변을 수소문해 보니 홈쇼핑 음식 체험기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많고 많은 인터넷 게시판을 뒤져 봐도, 음식 맛이란 게 주관적이어선지 극과 극을 오가는 품목도 종종 있었다.



홈쇼핑에서 음식을 사려 할 때마다 힘든 건 맛도 맛이지만 어마어마한 양이다. 돈가스를 산다 치자. 5만원쯤 들이면 돈가스 10팩이 배달된다. 한 팩엔 두툼한 돈가스 두 장이 들어 있다. 한 끼에 한 장씩 먹는다면 스무 번 먹을 양이다. ‘놓칠 수 없는 혜택’을 강조할 땐 덤으로 5팩쯤 더 주기도 한다. 한 달 동안 매일 돈가스를 먹을 수 있단 얘기다. 선택을 잘해 맛이라도 있다면 한 달쯤 반찬 걱정 없이 사는 장점도 있겠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 입에 안 맞는 음식을 처리해 본 경험들, 다들 있으실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을 묶어 파는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내 입에 맞는 음식 여러 개를 한꺼번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니 말이다. 그런데 홈쇼핑 음식 중엔 이런 경우보다 ‘○○홈쇼핑 단독’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러 홈쇼핑 채널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상품기획자들이 자기 채널만의 특화상품 개발에 열심이어서다. 그래야 시청자·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홈쇼핑 음식 상품은 일반적인 유통망을 통해 맛을 본 다음 주문할 수 없는 것들이 꽤 많다. 애초에 복불복 여러 번 경험해야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구조다. 편리한 홈쇼핑 음식을 찾을 수밖에 없는 바쁜 현대인, ‘독거인’은 점점 늘고 있다. 맛집 평가단 말고 홈쇼핑 음식 평가단이라도 있었음 좋겠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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