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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제는 예술입니다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 가보니

‘투르비옹’은 최고급 시계의 척도다. 중력에 의해 생기는 시간 오차를 줄이는 장치다. 같은 모델인데도 이 장치 장착 여부에 따라 값이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수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세계 고가 시계 시장에서 각 시계 브랜드들은 이런 장치를 앞다퉈 선보이며 경쟁을 벌여왔다. 여기에 힘을 너무 쏟은 탓일까. 아니면 기술 경쟁이 큰 의미가 없어져서일까.



지난 1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선 기술적 우위를 자랑하기보단 예술성을 뽐내려는 시계 브랜드의 노력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week&이 현장을 찾아 그 경향을 살폈다.



제네바(스위스)=강승민 기자 사진=각 브랜드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는 스위스를 기반으로 한 명품 시계 그룹 리슈몽(Richemont)과 몇몇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참여한다. 23회 SIHH엔 까르띠에·피아제·몽블랑 등 16개 브랜드가 전시장을 채웠다. 이들이 수년간 공들인 새 제품을 보여주는 건 일년에 단 한 차례뿐이다. 의류업체들이 봄·여름, 가을·겨울 상품을 유행에 맞춰 1년에 두 번 패션쇼를 여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단 한 번의 기회, 박람회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시계 전시회 ‘바젤 월드’에는 일반인도 입장권을 사서 들어갈 수 있지만 SIHH는 고급 시계 유통업자와 VIP 고객, 미리 등록한 언론 종사자만 드나들 수 있다.



이처럼 ‘콧대’ 높은 전시회인데도 전 세계에서 1만3000여 관람객이 SIHH를 위해 제네바를 찾았다. 2013 SIHH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구현하기 정말 어려운 ○○장치’ ‘최고의 기술을 집약한 ○○장치’를 내세우며 흥행몰이하는 브랜드들이 과거와 달리 거의 없다는 점이다. 10여 년간 SIHH를 취재한 시계 전문 매체 ‘타임 포럼’ 정희경 대표는 “기술적 완성도를 내세워 차별화하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로 시계 브랜드들의 기술력이 엇비슷해지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기술이 최고임을 부르짖기보다 관람객의 눈에 확 들 만한 장식적인 면에 집중한 시계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고급 기술보다 최고급 장식으로 고급 시계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100여 가지 신제품 모델을 선보인 까르띠에는 기술을 집대성하고 여기에 예술적 측면을 부각한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작은 ‘로통드 드 까르띠에 더블 투르비옹 미스테리어스’다. 고급 시계 업계에선 해당 제품의 특장이 되는 기능 이름을 모두 넣어 모델명을 짓는다. 로통드는 둥근형을 뜻하고, 더블은 투르비옹이 두 개 쓰였단 얘기다. ‘(뭔지 모르게) 신비롭다’는 뜻으로 미스테리어스가 추가됐다. 이 제품은 투르비옹이 시계판 중간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백 개의 부품과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인데도 핵심 고급 장치인 투르비옹이 다른 부속과 연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까르띠에 특유의 기술인 ‘미스테리어스’를 사용해 투명한 유리판에 투르비옹 부품을 넣어 제작했다. 투르비옹이라는 고급 기술이 복합적용됐고, 미스테리어스 기법이 미(美)적인 면에서 화룡점정 역할을 했다.



피아제는 ‘엠페라도 쿠썽 울트라씬 미닛리피터’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쿠션 모양의 시계 케이스라 해서 쿠썽 시리즈로 불리는 모델에, 최고급 기술 장치 ‘미닛리피터’를 장착한 것이다. 작은 손목시계에서 각기 다른 종소리로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장치가 미닛리피터다. 시계의 동력장치인 무브먼트를 얇고 아름답게 만드는 기술 ‘울트라씬’의 대표 브랜드답게 4.8mm 두께로 무브먼트를 제작했다. 고급 기능 중에서도 미닛리피터는 시계 두께를 줄이기 어렵게 하는 장치다. 종소리가 케이스 안에서 공명을 이뤄야 아름다운 소리가 나기 때문에 얇은 무브먼트로는 만들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이 모델은 케이스 포함 두께가 9.4mm다. 고급 기능을 갖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인데도 육중하기보단 날렵하고 우아한 멋이 드러났다.



몽블랑은 ‘니콜라스 뤼섹 라이징 아워’로 승부를 걸었다. 분·초 단위를 따로 표시하는 창 ‘크로노그래프’를 처음 개발한 시계제작자 뤼섹의 이름을 땄다. 예술적으로 그려진 아라비아 숫자판이 움직여 시(時)를 나타내고 4시·8시 방향에는 크로노그래프 두 개가 자리 잡고 있다. 양쪽 크로노그래프를 장밋빛 금으로 된 장식 고리가 떠받치는 디자인이어서 마치 미소 짓는 얼굴을 형상화한 듯 보였다.



IWC는 부스 전체를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을 연상케 하도록 꾸몄다. 대표 시계도 ‘메르세데스-벤츠 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과 손잡고 내놨다. 이것은 벤츠의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 AMG의 공식 경주팀 이름이다. 2004년부터 협업한 벤츠AMG와 IWC의 공동작업 모델명은 ‘인제니어’ 시리즈다. 올해 이 시리즈 전체가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인제니어 콘스탄트 포스 투르비옹’ 모델엔 입체 디자인 방식으로 표현한 ‘문페이즈’가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IWC 쪽은 “확대경 없이도 달의 작은 분화구 모양을 볼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고 주장했다.



예거르쿨트르는 ‘듀오미터 유니크 트래블 타임’을 내놨다. 다른 시간대의 시각을 분 단위까지 조정할 수 있는 게 기술적 특징이다. 여기에 세계시간을 표현한 모델이어서 세계 지도창과 낮과 밤이 구분되는 모습을 표현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시계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 또 다른 브랜드는 로저드뷔다. ‘엑스칼리버 라운드 테이블’ 모델은 원탁의 기사를 시계판에 형상화했다. 영국 아서왕의 전설을 그려낸 듯 12명의 기사가 원탁에 앉아 장검을 뻗어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양이었다.



이 밖에도 파네라이는 심해 잠수함과 전투잠수부를 소재로 한 시계 디자인을 내놨고 보메메르시에는 미국 휴양도시 컨셉트를 디자인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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