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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무도 제보 안 했고, 누구도 눈치 못 챘다

지난 11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경북 경산의 고교생 최모(15)군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최군이 다녔던 중학교는 최군의 피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지난해 하반기 이 학교 전교생 중 69%가 참여한 온라인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서도 최군의 피해를 제보한 학생은 없었다. 2011년 12월 대구 모 중학교 권승민군 자살 이후 나온 전문상담사 배치, 폭력실태 전수조사 등의 정책들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겉돌고 있는 것이다.



경산 자살학생 시달린 작년
학생 전수조사도 무용지물
가해·피해자 생활기록부엔 “밝고 긍정적 학생” 기록뿐



 학교에선 최군이 유서에서 지목한 가해 학생 5명을 오히려 모범 학생들로 기억하고 있다. 13일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 대해 “참 착한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학생생활기록부나 학교상담일지에 학교폭력 관련 내용이 기재된 학생은 없었다. 최군이 2011년 이후 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유서에 적었으나 학교 당국은 이에 대해 깜깜이였던 것이다. 이 학교 교감은 “가해자로 지목받은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는 ‘명랑하다’ ‘밝다’ ‘활동적이다’ ‘장난기가 있지만 활동적이다’ 정도의 내용만 있다”고 말했다.



 최군의 생활기록부에도 그가 당한 고통을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말없이 학교생활을 잘하며 모든 생활이 향상됨’(1학년), ‘성격이 유순·긍정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항상 수용적 태도로 받아들임’(2학년) 정도로 기록했을 뿐이다. 3학년 때 생활기록부에도 ‘책임감이 강하고 예의 바르고 친절함. 학급의 궂은일을 열심히 하며 매사에 긍정적’이라고 적혀 있다. 최군의 지난해(중3) 담임교사는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군은 키 1m70㎝, 몸무게 80㎏의 체격이었지만 2학년 때부터 늘 교실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최군의 한 동급생은 “교실 뒷자리엔 자기를 괴롭히는 애들이 있으니까 선생님과 가까운 앞자리에 앉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군이 폭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가정도 마찬가지다. 최군의 또 다른 동급생은 “화장실과 교실·운동장에서 맞고 나서도 ‘엄마가 알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최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얼굴이 긁히거나 멍든 채 집에 온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넘어져 다쳤다’고 웃으면서 말해 그대로 믿었다”고 말했다.



 전국 초·중·고교생 중 한 해 1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2010년 146명, 2011년 150명이 자살했으며 지난해엔 11월 말까지 13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학부모가 신고를 꺼린 경우를 포함하면 자살 학생 숫자는 더 늘어난다. 가정문제·성적비관·집단괴롭힘 등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학생이 보내는 자살 징후를 학교나 가정에서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성장기 청소년은 또래집단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부모나 교사와는 멀다”며 “부모·교사와의 정서적 유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영선 상담복지실장은 “자기의 고통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학생일수록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들이 수시로 상담을 받게 함으로써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군이 투신 직전 아파트 복도에 혼자 쪼그려 앉아 30여 분간 유서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군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23층까지 20여 분간 걸어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최군은 자살 당일 집 주변 PC방과 산책로 등을 배회하며 혼자 시간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군이 가해자로 지목한 김모군이 다른 동급생 두 명을 수시로 폭행한 사실도 13일 파악했다. 최군의 유족들은 이날 오전 장례식을 치른 뒤 대구시 수성구 명복공원 화장장에서 최군의 시신을 화장했다.



성시윤.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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