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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탈선 장소에 무대 설치했더니 환호성

서울 가양동 공진중학교 학생들이 13일 학교에서 샌드백을 치며(왼쪽), 인공암벽을 오르고 있다. 공진중은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이러한 시설물을 운영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13일 오후 4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 현관 앞에 학생 수십 명이 모여 벽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화면 속엔 이 학교 학생 네 명이 빠른 비트의 팝송에 맞춰 댄스 공연을 하는 중이었다. 과거 학교 축제 때 영상이 아니다. 이 학교 정보관 1층 한 귀퉁이에 있는 드림 스테이지, 즉 꿈의 무대라는 세로 2m의 좁은 공간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동영상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하는 것이다. 이날이 무슨 특별한 날이어서가 아니다. 공진중 학생은 쉬는 시간이면 누구나 이곳으로 달려가 춤·노래 등 자신의 끼를 펼쳐 보일 수 있다. 이 모습은 학교 현관에 설치한 드림 월(꿈의 벽) 모니터 화면으로 생중계된다.

폭력 장소를 놀이터로… 학폭 역발상
[멈춰! 학교폭력] 학생 자살 막아내자
강서구 공진중학교 실험
감시 사각지대서 아이들은 춤추고 암벽 타고 샌드백 쳤다



 꿈의 무대는 역발상에서 나왔다. 원래 이곳은 폐쇄회로TV(CCTV)로 잘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최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 자살한 경북 경산의 한 고교생이 “CCTV 사각지대를 없애달라”고 유서를 남긴 데서도 알 수 있듯 CCTV 사각지대는 늘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추가 설치 비용과 감시 인력 등이 부족한 탓에 뾰족한 대안도 없었다. 공진중은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했다. 사각지대를 찾아 어떻게든 감시하려고 든 게 아니라 이곳을 학생들이 숨은 끼를 발굴하는 도구로 전환한 것이다.



 교내의 대표적인 사각지대 8곳에 CCTV를 추가로 다는 대신 학생이 모이는 곳으로 바꿨다. 꿈의 무대는 그중 하나다. 드림 그라운드(꿈의 구장)는 이 학교 정보관 뒤 실외 암벽등반 코스다. 이곳은 과거 철판으로 주변이 막혀 있고 후미진 곳이라 주로 탈선이 벌어지는 장소였다. 하지만 이젠 쉬는 시간마다 학생이 줄 서서 기다리는 인기 장소로 탈바꿈했다. 샌드백이 설치된 스트레스 존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학생의 모든 활동은 동영상 카메라를 통해 드림 월과 교무실로 실시간 전송된다. 남의 눈을 피해 외딴 곳에서 폭력이 벌어질 여지가 사라진 것이다.



 꿈의 무대 등은 지난해 10월 처음 만들어졌다. 서울시가 제안한 범죄예방디자인(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심리 조사를 한 결과 공진중 학생의 우울증 지수가 평균보다 높았다. 자살 위험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가 CPTED 시범지역으로 공진중을 선정한 이유다. 결과는 지금까지는 대성공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CPTED 도입 후 학생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 데다 학교폭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드림 스테이지에서 공연한 2학년 신수빈양은 “드림 스테이지가 만들어진 후 학교가 밝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우종선 공진중 교장은 “감시의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분위기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게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숫자로도 성과가 나타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이 학교 학생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전보다 3.7%포인트 줄었다. 반면 학교에 대한 애착은 1.4%포인트가 늘었다. 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학을 제외하면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매우 극적으로 좋은 효과를 보인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유성운·심영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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