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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아무리 운칠복삼이라지만

고정애
논설위원
때론 장관도 ‘운칠복삼(運七福三)’으로 된다. 김관진 국방장관-아직 장관이다-만 봐도 알 수 있다.



 2010년 11월 26일 그의 장관 후보자 지명은 이희원 전 대통령 안보특보를 막판에 제친 역전극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조한 인사들이 전한 속사정은 이랬다.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전 특보와 만나 “국방장관을 하라”는 말만 안 했을 뿐 충분히 차기 장관이란 암시는 했다고 한다. 측근들은 “95% 가능성”이라고 봤다. 한 조간신문의 헤드라인이 ‘김태영 경질…후임 이희원’일 정도였다. 아침 신문을 보곤 국회의원이던 김효재 전 청와대 수석이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던 김두우 전 수석에게 연락했다. 그러곤 “이희원 장관이 맞느냐. 정국을 뚫고 나갈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연평도 포격 직후인 데다 이 전 대통령이 확전 자제 지시를 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민심이 흉흉하던 때였다. 김두우 전 수석은 “대안이 있느냐. 진짜 군인다운 군인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효재 전 수석은 ‘호상(虎相)의 무인’ 김 장관을 천거했다.



 김두우 전 수석은 이후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본관으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초지종을 듣곤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그 사람 오후에 들어오라고 해. 내가 만나보겠다.”



 광의(廣義)로는 후보였지만 사실상 가능성 제로였던 김 장관이 발탁되는 순간이었다. ‘엉겁결 지명’이었지만 여야는 반겼다. 지금껏 재임 중인 김 장관은 87년 체제에서 윤광웅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장수 장관이기도 하다.



 요즘 돌아가는 걸 봐선 운칠복삼 면에선 김 장관의 육사 동기인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청와대 양태를 감안하면 곧 장관이다-가 김 장관을 능가하는 듯하다. 3년 전에도 물망에 올랐다가 경기고 출신이 3연속 국방장관(이상희·김태영)이 돼선 곤란하다는 이유로 초장에 밀렸던 김 후보자이기에 하는 말이다. 더욱이 새누리당 박근혜계 의원도 “장관 될 줄 모르고 자유스럽게 살아온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전역 후 운동도 여행도 편하게 하고, 직업도 거침없이 고른 듯한데 재기했다.



 청문회는 또 어떤가. 역대 국방장관 청문회는 정책 세미나였다. 도덕적 쟁점이랄 게 없어서다. 김태영 장관 땐 “문제 되는 게 과속 딱지밖에 없다”고 했다. 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른 부처 장관들처럼 ‘청문회 무용담’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부동산을 두고 “딱 두 번 성공했다”고 한 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박은경 환경장관 후보자)에 비견될 법한데도 생존했다. 자연히 장관 자리가 더 달콤할 수밖에.



 또 있다. 통상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는 ‘후보자’ 꼬리표가 떨어지더라도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그는 후보자임에도 “나라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주실 걸 간곡히 청한다”는 ‘대국민 입장’을 발표했다. 말이 청하는 거지, 태도는 통보였다. 후보자 단계에서 그처럼 대통령의 신임을 확언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그의 취임을 재촉하고 있지 않은가. 상당수 여권 인사가 마뜩잖아 하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국방장관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기야 그가 두드러져 보여서 그렇지 근래 다른 장관들의 운세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모아 놓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자잘한 의혹이 많았고, 책임장관이라면서도 “5·16쿠데타”라고 말할 배짱이 없는 후보자들이 대부분인데도 막상 청문회를 거치며 한 명도 낙오하지 않았다. 야당이 정부조직법에 헛심 쓸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런데 궁금하다. 국민이 행여 “청문회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더 나아가 “보수 정권은 도덕성 문제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게 아니냐”고 여기지나 않을까. 통상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한 이들이 장관직도 무난하게 수행했는데 이들은 어떨까.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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