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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완소남만 찾지 마라 훈남도 귀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백마 탄 왕자’는 대개 현실엔 없다. 혹 있다 해도 내 몫은 아니다. 가끔 내 몫이라고 착각될 때도 있지만 그냥 착각일 뿐이다. 몇 년 전 유행한 완전 소중한 남자, 줄여서 ‘완소남’도 그랬다. 조각 같은 몸매, 유머·강철 체력에 재력까지 갖춘 남자, 그런 남자가 어디 흔한가. 그런데 당시 만화 원작의 TV드라마 출연진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인지 완소남이 꼭 현실에도 널린 것처럼 여겨졌다. 여성들의 로망이 살아나고 완소남 열풍이 불었다. 결과는 웬걸, 애꿎은 청춘만 골탕 먹었다.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여자 청춘은 ‘그냥 남자’가 성에 찰 리 없다. 완소남이 못 되는 남자 청춘도 ‘완소녀’ 찾기에 나섰다. 서로 없는 것만 찾다 세월 보내느라 독신 청춘만 늘렸다는 우스개도 있다. 나중엔 몸매·체력·재력 다 빼고 마음씨 하나 괜찮은 ‘훈남’ 정도로 만족하자는 ‘자성’이 일었다고 한다. 그것도 귀하다며.



 그 완소남이 엊그제 저녁자리 화제로 오른 것은 순전히 새 대통령의 인사 지침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장의 자질을 이렇게 정의했다. 전문성·신망을 갖추고 국정 철학을 공유한 인물. 여기에 하나 더, 낙하산은 금물.(지난해 말 당선자 시절 박 대통령은 “낙하산은 안 된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였던 A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완전 완소남일세. 도대체 누가 잘리고 누가 새로 되는 거야?” 오랜 금융통 B씨가 말을 받았다. 그는 B금융사부터 도마에 올렸다. “일단 Y회장 연임은 어렵겠네요. 전문성·신망·국정철학 다 걸리잖아요.” “Y회장은 연임 위해 뛴다는데? 이미 청와대 내락도 받았다고 하던데?” “이 마당에 그런 게 통하겠어요. 쓰나미에 휩쓸리면 누군들 무사하겠어요.”



 즉석 하마평이 이뤄졌다. “전임 H모 회장은 어때?” “에이, 말도 안 돼. 신망 없고, 전문성도 떨어지잖아요. 이번엔 좀 젊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Y사장은? 새 금융위원장하고 친하다던데, 청와대와도 끈이 닿았다고 하고.” “국정 철학, 코드가 안 맞잖아요. 게다가 낙하산 출신이고.”



 하마평은 W·K금융사로 이어졌다. 금융 수장 출신 C씨. 정치권의 금융통 L씨, 또 다른 전임 회장 K씨까지 온갖 인물이 등장했다. 결론은 하나. ‘완소남(녀)은 없다’였다. 비단 금융 쪽만 그럴까.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박 대통령은 이런 기준을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껏 보여준 ‘박근혜표 신뢰’가 그랬듯이. 문제는 그 기준이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다. 전문성·신망 다 빼고 낙하산·코드만 남는 건 아닐까. 그날 저녁, 결국 애꿎은 불똥이 내게 튀었다. “아, 언론에서 청와대에 건의 좀 해요. 훈남 정도로 참아주시면 안 되느냐고.”



글=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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