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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담뱃값 인상이 전부 아니다

담뱃값 인상을 놓고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담뱃값을 갑당 2000원씩 올리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부분 2500원인 담뱃값은 4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에 대해 흡연자들은 “겉으로는 국민건강 증진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한다. “부자 증세에는 손도 못 대면서 서민 기호품인 담뱃값을 크게 올려 서민들만 골탕 먹이려 한다”는 것이다.

흡연자들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공감되는 대목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일일이 따질 수 없겠지만 부유층이나 식자층보다는 생산직 노동자나 서민층에서 담배를 훨씬 많이 피우는 현상을 부인할 수 없어서다. 경제는 나빠지고 살림살이는 빡빡해지는데 담배 연기를 벗 삼아 애환을 달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2500원 하던 담배가 하루아침에 4500원으로 오르면 흡연자들의 경제적·심리적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4500원 가격이란 게 작심하고 담배를 딱 끊기도 애매해 정부 세수만 늘리는 결과가 될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담뱃값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담뱃값이 싸고, 흡연율은 높고, 공공장소 흡연에 관대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44%나 된다. 그리스(46%)에 이어 세계 2위다. 북유럽 선진국인 스웨덴은 13%이고 다른 유럽 나라들도 대부분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이들 선진국의 담배 고가 정책도 한몫한다. 쉽게 사서 피우고, 옆 사람에게 나눠줄 정도로 싸지 않다. 영국·아일랜드가 한 갑에 1만5000원이고, 프랑스 9400원, 독일 8800원이다. 대부분 8000원을 넘어선다. 우리나라도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흡연율이 29%대로 떨어질 거라는 예측 보고서가 있다. 따라서 건강 때문이든 세금 때문이든 어느 정도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격 인상폭과 흡연율 하락의 연관성은 세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흡연율이 높을 뿐 아니라 청소년·여성의 흡연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담뱃값 인상 못지않게 관련 당국이 흡연율을 실질적으로 떨어뜨릴 비(非)가격 정책을 현실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청소년·여성이 흡연의 유혹에 빠져드는 걸 막기 위해 박하향이나 색소 첨가를 금지하고, 슬림형 담배 생산도 제한하는 게 좋다. 일부 선진국에선 상점에다 담배를 아예 진열하지 못하게 한다. 담뱃갑에 상표를 부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유통 마진을 확 줄여 담배 판매업소를 지금보다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그런 종합대책이 나와야 ‘흡연 천국’이란 말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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