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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주식시장 따라가는 운용 벗어나야

수년 전에 비하면 요즘은 주식펀드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 주식펀드에서 자금도 계속 유출되고 펀드 성과에 대한 관심도 이전만 하지 않다. 오히려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관심들만 더해가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의 영광이 많이 퇴색한 느낌이다. 펀드들 수익률은 비슷하고 또 대부분 벤치마크(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기준 수익률)를 중심으로 크게 벗어나지도 않게 움직여 ETF와 차별성도 크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벤치마크를 앞서는 펀드가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들일 것이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이렇게 된 것은 운용사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적극적인 운용과 소극적인 운용이 혼재되어 있었다. 즉 펀드는 시장을 따라가는 소극적인 운용의 역할과 시장보다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역할을 같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위 ‘벤치마크+알파’라는 방식이다. 그런데 ETF라는 상품이 나오면서 소극적인 운용을 하는 역할을 빼앗아 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드는 계속 소극적인 운용의 역할을 과감하게 탈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순위 경쟁을 하다 보니 작은 알파를 취하기 위해서 과도한 경쟁을 하는 등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소극적 운용 방식과 적극적 운용 방식은 그 철학이 다르다. 전자는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그래서 지수를 추종한다. 반면에 후자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은 적극적 운용 펀드들은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기업이 주변부에 위성처럼 있는 형태였다. 다시 말하면 시장지수라는 벤치마크를 따르면서 약간의 기업 종목 선택을 통하여 초과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류그룹들 간의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펀드들이 서로 벤치마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비슷해져 버리게 된 것이다.

적극적 운용이 소극적 운용과 차별화되면서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장이 중앙에 있고 기업이 주변에 돌던 것을 뒤집어서, 기업이 중앙에 있고 시장이 주변에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렇게 구성된 것이 시장을 따라 가는가 하는 것은 다소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체제는 다음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일러스트 강일구
첫째, 벤치마크를 밀접하게 따르지 않는다. 벤치마크는 그냥 참고의 대상일 뿐 가급적 오차를 줄이면서 이것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투자는 1966년부터 42년간 연 29%의 수익을 내어서 연 12%를 낸 S&P500보다 17%포인트나 앞섰다. 하지만 S&P500과의 수익률 차이가 매우 커서 연평균으로 그 차이가 무려 27%에 이른다. 소위 벤치마크와의 차이가 매년 평균 27%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버핏의 경이적인 성과는 기억하고 있지만 이러한 변동성은 간과하고 있다.

둘째, 많은 종목을 펀드에 담지 않고 압축된 종목을 가진다. 몇 종목이 압축적이냐 하는 것은 시장의 크기, 운용사의 운용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펀드에 비해서는 훨씬 종목수가 적다.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숫자여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다.

버핏은 작년 말 기준으로 보면 대략 주식으로 95조원을 운용하고 있는데 투자하는 종목의 수는 40여 개에 이른다. 이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종목의 숫자이다. 1조원 이상 투자종목이 15개이며 비중은 87%에 이른다. 이 중 상위 5개 종목의 합이 60조원에 이르며 코카콜라 한 종목에만 15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셋째, 장기투자를 지향한다. 어느 정도의 투자가 장기투자인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런던정경대학(LSE)의 존 케이(John Kay)가 작년에 발표한 케이 보고서에서 예시로 인용된 것을 보면 종목 보유기간이 3~16년까지 다양하다. 버핏은 위에서 언급한 42년 기간 동안에 S&P500보다 자산이 약 122배 커졌다. 하지만 버핏은 그 42년 동안 13년은 S&P500에 미달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자 귀재들도 10번 중 3번 실패
워런 버핏뿐만이 아니다. 마젤란 펀드의 피터 린치(Peter Lynch)는 16년 동안 9년 즉 56%를 미달했고 윈저 펀드의 존 네프(John Neff)는 31년 동안 32%를 미달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전설적인 구루(guru)들이 시장 벤치마크에 미달한 것이 10번 중 평균 3번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에서는 높은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율리시스가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서 돛에 몸을 묶은 것처럼 단기주의 성향이라는 본능을 억눌러야 높은 수익 달성이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의 장점은 차별성이 별로 없는 상품들 간에 과도한 경쟁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펀드들이 나름대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펀드매니저가 동류집단과의 과도한 경쟁에 정력을 쏟아붓는 것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과잉집중도가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오히려 이러한 시간을 좋은 기업을 찾고 분석하고 그리고 그 기업을 모니터링하는 데 보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천지창조를 보면 하늘과 땅과 물이 모두 혼돈되어 있다가 이후 하늘과 물이 갈라지고, 다시 물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땅과 물이 분리되어 간다. 마찬가지로 시장과 기업에 모두 투자하는 즉 소극적적극적 방법이 혼재된 펀드 운용방식 역시 분리되어 간다. 소극적 운용방식은 ETF 형태로 분리되어 시장지수의 움직임을 대부분 따라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적극적 운용방식은 이제 그 중심을 시장이 아니라 기업에 두어야 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 벤치마크는 참고지수 정도일 뿐이며, 압축 종목으로 장기투자 하는 운용방식을 가져가야 한다. 물론 이 외에도 운용사는 나름의 스타일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흐름이 진정한 경쟁이며, 또한 향후 적극적 운용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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