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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국세청의 금융정보 공유, 어떻게 봐야 하나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중점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 고액현금거래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놓고 “조세정의 실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란 주장과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란 반론이 맞부딪치고 있다. 찬성과 반대,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조세정의 실현·세수 확보 위해 필요한 조치다



박 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국가기관 간 FIU 금융거래 정보 공유 활용의 범위 및 그 절차에 대한 논의는 ‘조세정의 실현’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의 접점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득이 있으면 제대로 된 세부담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과 금융거래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 맞부딪치는 영역인 것이다.



 우선 이 문제는 효율성과 보안성 측면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보안 통제가 유지된다면 현재 활용비율이 10% 이하에 불과한 FIU 금융정보를 과세 여부에 적극 활용하는 것은 큰 비용 부담 없이 과세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세청이 보유한 과세정보에는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 관련 자료뿐만 아니라 재산·소득·소비·외환·탈세제보 등 다양한 자료가 이미 포함돼 있다. 금융거래 정보 제공이 확대되는 경우 이들 자료의 활용도가 높아져 국세청이 납세자의 정확한 세금을 산정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고 국세수입 확보에도 분명히 기여할 것이다.



 물론 국세청이 납세자에 관해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 보안이 제대로 유지되겠느냐는 불안이 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이 FIU 등 다른 기관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보안성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과세관청 내에서 종전 과세 정보에 대한 보안·통제시스템이 작동되는 한 금융거래 정보와 과세 정보가 결합되는 것만으로 보안성이 특히 문제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금융거래 정보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정보에 대한 과세당국의 접근권한 확대와 금융비밀주의 완화는 세계적 추세다. 금융비밀주의가 매우 엄격했던 스위스도 입장을 바꿨다. 조세조약상 과세 당국 간에 이루어지는 금융정보의 정보교환 범위가 종전에는 범칙 조사에만 한정됐으나 이제는 부과·징수 목적으로도 정보 교환이 가능해졌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과세 당국의 금융정보 공유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현금영수증 도입, 전자세금계산서 시행 등 조세행정 측면에서 과세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무조사 기간 단축 등 납세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과세관청의 세수 확보 장치도 함께 마련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생활 보호 주장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재고가 필요하다. 과세관청이 금융거래 정보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 보호를 제한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거래 정보 공유가 국민의 사생활을 종전보다 더 침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도 FIU를 통해 금융거래 정보 일부를 국가기관이 파악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이러한 금융거래 정보를 국가기관 간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헌법재판소는 연말정산 간소화 차원에서 환자들의 의료비 지출 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의무를 의료기관에 부과하고 있는 소득세법 제165조 제1항 등에 대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사생활의 일부 제한이 바로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과세 정보와 금융거래 정보의 결합 및 활용 확대는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금융정보 활용에 대한 통제가 확실하다면 국민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반대할 일은 아니다.



박 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금융비밀 깨지면 오히려 지하경제 키울 수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일부에서 국세청의 FIU 금융거래 정보 공유 논의를 기관 간 밥그릇 싸움 수준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논의의 본질은 물론 국세청과 금융위 양 기관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논의의 핵심은 조세당국이 개인 동의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국세청의 FIU 정보 직접 열람은 국민생활과 경제 전반에 미치게 될 영향이 만만치 않은 만큼 득과 실을 냉정히 따져본 후 결정할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세청 직접 열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첫째, 세수 확대 효과가 분명치 않다. 국세청은 FIU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해 4조5000억원 세수확대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추산은 기본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현금거래가 모두 지하경제는 아니며, 지하경제가 모두 탈세도 아니다. FIU 금융거래정보는 원칙적으로는 과세의 대상이 된 정보이며, 대부분이 탈세정보가 아니다. 국세청은 탈세 관련 고액현금거래정보가 FIU에 사장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이는 고액현금거래 중 탈세 관련 의심거래는 모두 FIU의 심사분석대상이라는 점을 알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다. 더구나 국세청의 직접 열람은 정상거래마저 지하경제로 내몰 수가 있어 정확한 세수확대 효과는 알 수 없다.



 둘째, FIU 금융거래 정보는 지금도 국세청에 의해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FIU는 대부분 국세청 파견인원으로 구성된 심사분석팀에서 의심거래정보 전부를 대상으로 전산분석→기초분석→상세분석 3단계 분석을 거친 후 조세범죄 혐의자료를 국세청에 제공한다. 국세청에 제공되는 정보는 2002년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국세청·검찰 등 전체 법집행기관에 제공된 정보의 48%를 차지하며, 최근 3년만 보면 56.6%로 국세청에 제공하는 정보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국세청 공유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오히려 지하경제를 키울 수 있다. 금융실명제는 지하경제 축소에 기여했다. 실명제를 하는 대신 비밀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 당해연도에 지하경제는 5% 정도 감소했다. 국세청의 직접 열람은 사실상의 비밀보장 폐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거꾸로 지하경제를 그만큼 다시 확대시킬지도 모른다.



 또 큰 사회적 비용만 야기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Becker) 교수는 “처벌강도가 탈세를 결정하며, 탈세에 따른 이익이 처벌에 따른 비용보다 크면 정상인들도 탈세할 유인을 갖는다”고 제시했다. 탈세로 한번 걸리면 그 누구든 끝이라는 무서움을 바로 세우는 것이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걸음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와 함께 범죄는 막고 자유는 보장하는 ‘규제와 자율의 균형추’인 FIU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금융거래 정보 일부가 탈세형 지하경제와 관련 있다고 해서 FIU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금세탁뿐 아니라 국제적인 테러자금 조달 방지를 주요 업무로 하는 FIU의 금융거래 정보에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두 기관이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를 최대화하는 아름다운 동행이 돼야 한다.



김 자 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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