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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국자로 떠내듯 입양 보내는 한국

194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미혼모의 자녀를 중산층 가정으로 대거 입양 보냈다. 마치 한 덩어리의 아이스크림을 듬뿍 떠내듯 친부모로부터 아기들을 집단적으로 분리시켜 다른 곳에 배치시킨 이 시대를 서구의 역사는 ‘베이비 스쿱 시대(baby scoop era)’라고 쓴다.



 ‘베이비 스쿱 시대’에 미국의 미혼모는 사회적 지지나 경제적 지원이 없는 가운데 양육을 포기했다. 이런 여성 수가 400만 명에 가깝다. 영국에서는 미혼모가 출산한 아이 수천 명이 호주로 추방됐는데, 이를 소재로 ‘추방된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최근 국내에서 ‘입양특례법’ 재개정 논의가 뜨겁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출생아동의 기록을 명확하게 하고 입양과정을 투명하게 한 것이 골자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이 법이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며 자극적인 보도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이 법을 재개정해서 청소년 한 부모의 경우 입양숙려기간을 거치지 않고 입양관계 기관장의 권한으로 ‘부모를 알 수 없는 아이’로 등록해 입양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고아들의 복리 차원에서 시작된 비상 입양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베이비 스쿱 시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있는 아기를 ‘부모를 알 수 없는 아이’로 둔갑시켜 신속히 입양 보내자는 취지의 개정법이 통과된다면 이는 역사를 뒤로 돌리는 일이다. 아동 유기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성교육 실시, 여력 없는 부모를 위한 지원정책 등을 만드는 게 바로 그것이다.



권희정 전 한국미혼모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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