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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정진홍
논설위원
#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고 퍼부으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 북한의 대남 공작 총책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란 자가 지난 5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정전협정의 전면 백지화’를 운운하며 협박하듯 공언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 우리는 북측 발언 때문이 아니라 우리 내부 문제 때문에 거의 패닉 상태였다. 전날인 4일 대통령은 정부조직법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한 후 정작 5일엔 칩거상태였다. 물론 국무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그 다음날도 여야는 피차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야당은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에 특정 방송사 사장의 퇴진과 인준 문제를 결부시킨 엉뚱한 역제안을 내놓아 빈축만 사지 않았던가. 우리 내부 분열의 단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박근혜 새 정부가 정상적인 출범도 못한 채 쩔뚝거리고 있던 지난 7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격식 인민무력부장 등을 대동한 채 서해의 해안포 부대인 ‘무도영웅방어대’와 ‘장재도방어대’를 전격 시찰했다.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바로 그곳이다. 여기서 그는 “전면전을 개시할 만단의 준비가 돼 있다”고 언명한 후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멸적의 불줄기를 날릴 수 있게 전투동원준비를 더욱 빈틈없이 갖추고 있다가 적들이 우리의 영해, 영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어뜨린다면 호되게 답새기고 다시는 움쩍하지 못하게 적진을 아예 벌초해 버리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우리를 건드린다면 전 전선에서 조국 통일대진군을 개시할 명령을 하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뿐만 아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와 그 일꾼들도 일제히 나서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 “제주도 한라산에 최고사령관기와 공화국기(인공기)를 휘날리겠다”는 등 전쟁불사를 선언하고 나섰다. 물론 이런 언사들이 북한의 대내 결속용일 수도 있고, 유엔의 대북한 제재에 대한 반발협박용일 수도 있으며 중국과 미국을 자극하는 협상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렇게만 선 긋고 볼 수 없는 위중함이 있다.



 # 우리 시각으로 어제, 즉 8일 새벽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자 북한 조평통은 즉시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을 전면 무효화할 것’이라며 극심하게 반발했다. 이전에도 불가침 파기를 운운한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방아쇠를 쥐고 있는 김정은 자신이 밀고 땡기기에 익숙한 노회한 전략가이기보다는 일 저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혈기방장한 20대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역사의 고비에는 항상 저지르는 자가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하지만 8일 그 시간에 우리 국회는 뒤늦게 미루고 미루던 국방장관 인사청문회를 열어 김병관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설전을 이어갔다. 밖은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안은 유비무환은커녕 이제사 장관 후보자 청문회라는 미명 아래 여전히 자중지란, 지리멸렬의 상태를 만천하에 알리지 않았던가. 과연 이런 위기상황에 꼭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를 그 의혹의 진위를 떠나 국방장관에 앉혀야만 하는 것인가? 과연 군령이 서겠는가? 세간의 범인들은 고개가 갸우뚱해질 뿐이다.



 # 연일 북한이 ‘전쟁불사’를 외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정말이지 이번만큼은 세 치 혀로 끝나는 도발이 아니라 뭔가 저지르고 말 기세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가장 큰 적은 핵무장한 북한이 아니다. 도리어 우리 자신의 내부 분열이다. 하나로 단단히 뭉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우리는 적전분열 그 자체다. 병법과 고전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런 상태로 맞붙으면 백전백패다. ‘분열’이란 내부의 적부터 거세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그 분열을 거세하려면 국군최고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이 분명하면서도 열린 대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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