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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가다 <9> 마나슬루(하)

1 비겐드라 달 호수에 비친 마나술루(왼쪽). 사마가온 마을 위, 해발 3600m 지점에 거대한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눈에 덮인 종착지, 빙하와 빙벽이 우리를 막아섰다


세계 8위봉 마나슬루(8163m)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중 한국 산악계가 첫 도전장을 내민 곳이다. 1971년 첫 시도 이후 세 번의 아픔 끝에 10년 만에 등정에 성공했다. 트레커들에게 종착지나 마찬가지인 사마가온((Samagaon·3540m)에서 베이스캠프(4500m)까지는 대여섯 시간 거리다. 사마가온에서 올려다보는 마나슬루는 그지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사철 눈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공포감과 신비감을 주는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이다.



마나슬루(네팔)=김영주 기자 사진=이창수 사진작가



2 사마가온에서 바라본 마나술루의 해돋이. 장엄하다. 3 티베트로 향하는 길. 해발 4000m 지점이다.
‘악마의 뿔’ 마저 아름답게하는 해돋이



지난해 12월, 마나슬루 동쪽 기슭 사마가온에서 맞는 아침은 예상보다 덜 추웠다. 60여 채의 흙집이 자리한 마을 가운데로 작은 개울이 흘렀다. 이 개울은 흘러흘러 부디 간다키(Buhdi Gandaki) 강의 상류와 합쳐진다.



아침 수은주는 영하로 떨어졌지만 개울물은 여전히 얼음 속에서 개골개골 소리를 냈다. 해 뜰 무렵 계곡은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했다. 서늘한 대기가 진공 상태처럼 마을을 감쌌다.



간밤에 마을에서 묵은 외지인은 우리뿐이었다. ‘호텔 마나슬루’의 젊은 주인은 아이패드에 내장된 게임에 빠져 손님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트레킹 피크 시즌이 훨씬 지난 초겨울에 찾은 우리는 이들에겐 불청객이었다. 주인 내외는 하루 빨리 집단속을 해놓고 카트만두로 내려가 따뜻하게 겨울을 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장사로 제법 돈을 벌었는지, 1인당 1000~1500달러나 하는 운임을 주고 헬리콥터를 타고 간다고 했다. 호텔에서 품팔이를 하는 직원들은 일 년 내내 일해도 벌기 어려운 큰 돈이다.



사마가온에서 맞는 해돋이는 이제껏 히말라야에서 본 풍경 중 단연 으뜸이었다. 오전 7시쯤, 동쪽에서 올라온 해는 마나슬루 정상부의 동봉과 주봉을 동시에 비췄다. 청명한 대기를 관통하는 겨울 볕은 눈이 부실 정도다. 빨강과 노랑 사이, 선명한 오렌지 빛으로 물든 ‘악마의 뿔’은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이 순간만큼은 ‘악마의 뿔’이 아니었다. 초원에서 풀을 뜯다 고개를 쳐든 사슴의 뿔처럼 살갑게 다가왔다. 금빛 봉우리 너머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이상향 샹그릴라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실제로 산 너머는 제임스 힐튼의 소설『잃어버린 수평선』에서 ‘샹그릴라’가 감춰져 있다고 묘사된 티베트다.



마을 벗어난 산중턱엔 ‘왕의 호수’



가이드 크리슈나(31)는 사마가온에서 베이스캠프까지 “4시간이면 된다”고 했다. 눈으로 보기에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사실 크리슈나는 마나슬루 베이스캠프에는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 몇 년 전 원정대를 따라 베이스캠프에 간 적이 있다는 짐꾼을 한 명 데리고 나섰다. 그 또한 “천천히 가도 다섯 시간이면 족하다”고 했다.



다행히 눈앞에 펼쳐진 길에는 아직 눈이 쌓이지 않았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산 중턱에 비취색의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의 이름은 비겐드라 달(Bigendra Dal), ‘왕의 호수’라는 뜻이란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마을 사람들이 쌓아놓은 케른(라마교의 돌탑)이 양초더미처럼 솟아 있었다. 비취색 수면 위로 피라미드 형태의 마나슬루가 비치고 있다. 지나는 사람 누구나 돌무더기를 쌓고 안녕과 복을 기원할 것 같은 신성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른 띠풀이 발끝에 치이는 해발 4000m까지는 수월하게 걸었다. 가이드 말대로 4시간이면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걸음을 옮길수록 기온이 떨어졌다. 눈이 밟히는 곳에서는 발걸음이 더욱 더뎌졌다. 숨이 차고, 길은 미끄러워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그 와중에서도 산중턱에서 내려다보는 비겐드라 달의 자태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베이스캠프에 거의 다다른 지점, 백상아리처럼 입을 벌린 거대한 빙하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볕을 받은 빙하는 벼른 칼날처럼 번뜩였다. 드디어 해발 4500m. 그런데 베이스캠프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흰 눈이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차디찬 공기만이 코끝을 파고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무시무시한 빙하와 피라미드처럼 솟은 거대한 얼음 벽뿐이다. 꼬박 1주일 걸린 여정의 종착지는 차디찬 눈밭이었다.



4 사마가온에서 동생을 돌보는 여자 아이.
라마족의 영험한 마을, 삼도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사마가온으로 돌아왔다. 계속 하산하지 않고 잠시 짬을 내 삼도(Samdo·3840m) 마을로 향했다. 마나슬루 너머 티베트로 가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하는 마을이다.



사마가온에서 북쪽으로 2시간 남짓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마을에 닿는다.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삼도의 주민은 티베트에서 넘어온 라마(Lama)족. 삼도는 ‘영혼의 땅’ 마나슬루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영험한 마을이다.



사마가온에서 삼도까지는 약 6km, 잰걸음으로 1시간30분 걸렸다. 일정상 다시 되돌아와야 했으므로, 쏜살같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해발 3840m 고산 마을의 집들은 절벽에서 흘러내린 돌과 자갈들이 쌓인 지점에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 서쪽으로는 마나슬루와 다르마살라(Darmasala·4400m) 사원, 북쪽으로 티베트로 향하는 작은 길들이 실핏줄처럼 나 있었다.



마을 청년 카르마(24)는 “여기서 하루면 티베트에 있는 장터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봄이 되면 나귀를 끌고 티베트로 넘어가 생필품을 사서 인근의 라르케 바자(Larke Bazar)에 되팔아 생활비를 마련했다. 네팔에서는 구하기 힘든 설탕·소금·쌀·옷이 마진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한겨울에 찾은 손님에게 따뜻하게 데운 밀크티 한잔을 내밀었다. 이상하게 야크젖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했다.



세 번의 등반 실패 … 한국 산악계와는 악연



세계 8위봉 마나슬루는 ‘일본의 산’으로 불린다. 1956년 일본 원정대가 네 차례 도전 끝에 마나슬루 초등의 영광을 가져가서다.



1971년 국내 산악계도 마나슬루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호섭 대장을 비롯해 김정섭·기섭 삼형제가 이끄는 원정대는 등반 40여 일 만에 7600m까지 진출해 캠프5를 구축했다.



그러나 정상 등정 시도 중 돌풍에 휘말린 김기섭 대원이 크레바스에 추락했다. 마나슬루 최초의 희생자인 동시에 한국 히말라야 원정 최초의 희생자였다.



불행하게도 형제의 비극은 이듬해 시도된 두 번째 원정에서도 이어졌다. 거대한 눈사태가 캠프를 덮쳐 김호섭씨를 포함해 5명의 대원과 셰르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1976년 세 번째 도전장을 던졌다. 그야말로 ‘집념의 마나슬루’였다. 그는 직접 등반대를 이끌고 정상 300m 못 미친 지점까지 올랐지만 눈사태로 또다시 물러서야만 했다. 김 대장은 세 차례 원정에서 두 동생을 잃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 산악인’이란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이후 그는 산악계를 떠났다.



세 차례의 도전이 모두 실패로 끝나자 산악계는 ‘히말라야 8000m급은 무리’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공포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장을 낸 팀은 1980년 동국대산악부였다. 원정대장은 현 대한산악연맹 이인정(67) 회장. 그는 “일개 대학 산악부가 8000m급 산을 오르기 위한 원정대를 꾸리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마나슬루는 당시 한국 산악계가 극복해야 하는 숙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후원해 주는 이가 없어 전세금을 빼서 원정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악전고투 끝에 서동환 대원이 정상에 오르며, 1977년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이어 두 번째로 히말라야 8000m 봉우리에 태극기를 꽂았다.



●마나슬루 트레킹 정보 트레킹 시작점인 아루갓(Arutghat·600m)에서 사마가온까지는 약 7일 정도 걸린다. 트레커는 모든 경찰 검문소에서 트레킹 허가증을 제시해야 한다. 삼도 마을에서 계속해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면 라르케 패스(Larke Pass·5130m)를 넘어 마나슬루 산을 한 바퀴 돌게 된다. ‘마나슬루 라운딩’ 트레킹은 보름에서 3주 정도 걸리는데, 5000m 이상 고개를 3개나 넘어야 하는 험난한 코스다. 봄·가을 시즌, 이 험한 길을 나서는 트레커가 꽤 있다. 국내 ‘M투어’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02-773-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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