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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자외교 시야 넓힐 수 있었다

김 숙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공개 회의장은 이사국이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는 공간이다. 그 옆에는 안보리 의장 전용 사무실이 있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한 달씩 의장국을 맡은 나라의 대사가 그 사무실을 사용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의장실에는 태극기와 대한민국 국가원수의 존영이 걸려 있었다. 2월 1일 의장국을 수임하면서 걸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존영은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존영으로 바뀌었고, 필자는 2월 28일 의장직을 마쳤다. 작년 10월 18일 선거에서 이사국으로 당선된 때로부터 불과 석 달 만에 의장 역할까지 수행하느라 숨 가쁘게 시간을 보낸 셈이다. 



 우리는 유엔에 가입한 지 5년 만인 1996년에 안보리 이사국을 처음으로 수임했고, 올해 두 번째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동안, 그 15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위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 2월 12일 김성환 외교통상장관이 안보리 의장으로서 ‘분쟁상황 하의 민간인 보호’를 주제로 공개토론을 개최했을 때 무려 74개국이 참여한 회의는 거의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이례적인 성황을 이루었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안보리 공개회의장에서 모든 나라가 한 번쯤 앉아보고 싶어 하는 말발굽 모양의 회의탁자 상석을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가슴 뿌듯한 진풍경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재임 중에 안보리 이사국을 수임함으로써 우리는 유형, 무형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국제 평화와 안보의 일차적인 책임을 담당하는 안보리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국제적 협력으로 해결하려는 이상적 다자주의를 상징한다. 안보리가 다루는 사안의 68%는 아프리카, 15%는 중동지역 문제에 해당한다. 아시아는 겨우 7%에 그친다. 분쟁과 정치 불안으로 민간인들이 희생당하는 아프리카 최빈개도국들의 참상을 다루면서, 우리의 현주소를 다시금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60년 전에는 우리나라도 저런 참담한 상태에 빠져 있었지 않았던가!



 안보리는 냉엄한 현실정치가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거부권을 보유한 5개 상임이사국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는 힘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웅변적으로 증거한다. 지난주 토의 중에는 어린 시절 분쟁의 참상을 몸소 경험했던 어느 비상임이사국의 대사가 눈물을 흘리며 격정적으로 안보리의 마비와 무능을 질타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든 일도 있었다. 대립하는 각국의 견해를 의장으로서 조정하는 일은 어려우면서도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 무력분쟁과 인도주의적 참상이라는 무거운 주제 앞에서 진지한 권위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으나, 때로는 유머러스한 기지를 발휘하여 지나치게 경색된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야 했다.



 2월의 안보리는 북한이 세 번째로 저지른 핵실험도 다루었다. 모든 이사국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북한의 심각한 도발 행위를 질타했지만, 그 대응에 관한 견해를 조정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의장직 임기 중에 결의를 완성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에 대응하는 과제는 소망과 달리 쉽사리 끝을 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마음이 무겁다.



 안보리 이사국 활동은 우리 다자외교의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바라건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당할 젊은 세대가 꿈을 가지고 세계화의 너른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 그들에게 필자는 의장으로서 마지막 발언이기도 했던 햄릿의 대사를 한 줄 들려주고 싶다. “이 세상 천지간에는 자네의 철학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많은 일들이 있다네.”



김 숙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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