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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를 파괴할 권리’는 담배에도 통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이 1995년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됐을 때 남긴 유명한 말이다. 개인의 자유의지는 얼마만큼 용인될 수 있는가. 스피드와 마약·담배를 즐기던 사강은 탈세로 유죄 판결을 받고 말년을 빈털터리로 보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이라고는 했지만 주변에 피해가 없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흡연에도 자유주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 내 돈 들여 내 폐, 내 심혈관을 망가뜨리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하지만 간접흡연 피해와 본인의 질병이 초래하는 가까운 이들의 고통, 축나는 의료재원을 생각하면 마냥 뻗대기가 궁색하다. 담배가 건강에 안 좋다는 거야 상식 축에도 들지 않으니 일제히 끊으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사람이 담배를 피울까. 무수한 논문들이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많이 피운다. 1944~2004년 사이 미국인의 흡연 실태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964년까지는 대졸자 흡연율이 고졸자보다 6%포인트 낮았지만 1986년 이후에는 차이가 15%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대졸 이상(48.0%)은 초등학교 이하(66.8%)보다 20%포인트 가까이 흡연율이 낮다(2005년 기준).



 발레 등 무용수들이 다른 직군보다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외국의 연구도 있다. 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우리나라 무용계도 흡연율이 높은 편이란다. 왜? 무용수는 고되기에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춤이 너무 좋아서 중년 이후의 고생길을 각오하고 춤꾼이 되었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장차 각종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을 알면서도 현재 시점의 위안을 택해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다. 그래서 무용수 흡연율이 높다는 추론이다. 무용수와 흡연자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간선호율(rate of time preference)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율은 낮아진다. 가격을 10% 올리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었을 미국인을 매년 6000명씩 살리는 효과가 난다는 조사가 있다. 대신 흡연자는 비싸진 담배를 필터 부분까지 완전히 피우고 깊이 들이마셔 건강을 더 해치는 경향도 드러났다. 어쨌든 주머니가 얇은 청소년·젊은이에게 담뱃값 인상은 특히 효과가 크다.



 그제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는 법안이 발의됐고, 정부도 살살 군불을 때고 있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환경부 등 담배에 걸린 세금·부담금을 만지는 부처들은 벌써부터 인상 방식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정말 가격을 올린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저소득층 흡연자를 위한 금연·건강대책에 수익금을 우선적으로 돌려야 옳을 듯하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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