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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부패 캠페인 나선 시진핑도 날 지지할 것”

“공산당이 나를 제거하는 건 매우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유익한 일을 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넉 달 전 이른바 ‘레이정푸(雷政富·충칭시 베이베이구 당서기) 섹스 비디오’를 폭로해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농민공 출신의 시민 기자 주루이펑(朱瑞峰·43·사진)의 말이다. 그는 2006년부터 인민감독망(人民監督網)을 만들어 공직자 부패 사건들을 폭로해 왔다. 레이정푸 사건 폭로 후 그가 추가 폭로를 예고하자 충칭(重慶)시 공안이 그를 협박해 동영상 제출을 요구한 게 다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오죽하면 보시라이(薄熙來) 재판이 연기될 정도였다. 중국의 새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은 당 총서기 취임 이후 ‘헌법 정신 존중’과 ‘반부패’ 캠페인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래선지 주루이펑은 자신의 행동을 시진핑이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개의 다른 섹스 비디오를 확보했으며 그 주인공들은 모두 레이정푸보다 더 고위직이라고 밝혔다. ‘반부패’를 주창하는 시진핑 체제이지만 ‘너무 튀는 행동’을 하는 주루이펑을 어디까지 묵인하느냐가 부패 척결 의지의 ‘리트머스 테스트’라고 중국 학자들은 본다.
레이정푸 스캔들의 내용은 복잡하다. 충칭시 건축업자인 융황(永煌)그룹 샤오예(肖燁) 회장이 고위 공직자들에게 미모의 여성들을 성(性) 상납하면서 그 현장을 몰래 카메라로 찍은 게 발단이다. 그걸 미끼로 사업상 이권을 따낼 목적이었다. 충칭시 베이베이구 당서기였던 레이정푸는 2007년 춘절(春節) 때 자오(趙)라는 18세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뒤 샤오예의 요구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2009년 마침내 보시라이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보시라이는 당시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공안국장에게 ‘처리’를 맡겼다. 왕은 당시 섹스 비디오까지 확보했으나 사건을 덮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만을 품은 충칭의 한 공안이 비디오테이프를 주루이펑에게 넘겨줬다고 한다. 레이정푸는 66시간 만에 해임됐다. 지금까지 넉 달간 성 상납 사건으로 충칭에서 해임된 당·정 간부와 국유기업 임원은 11명에 이른다.

-중국에선 정부의 ‘기자증’을 발급받은 사람만이 기자로 행세할 수 있다. 당신은 기자증이 없다.
“기자는 ‘기록하는 자’다. 사실에 맞게 기록하면 진짜 기자, 사실을 왜곡하면 가짜 기자다. 한데 중국에선 정부가 발급해 준 ‘기자증’을 가졌으면 진짜고, 그게 없으면 자동적으로 가짜가 된다. 중국 사회는 변태 사회다. 나는 ‘시민 기자’다. 국제 관례로 보면 분명히 기자다.”

-지금까지 성과는.
“청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 38명의 비리를 고발했고 그중 3분의 1이 옷을 벗거나 심지어 감옥에 가는 등 처벌을 받았다.”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결부돼 있는가.
“내 행동을 지지하는 많은 자원봉사자가 있다.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도 있고, 구글 중국법인 사장이었던 이도 나를 지지해 준다.”

-당신 때문에 보시라이 재판이 연기되었다고 하던데.
“충칭시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다른 섹스 비디오를 내가 갖고 있다는 게 알려지자 지난 1월 27일 충칭시 공안들이 베이징으로 왔다. 내 집 문을 두드리며 두 시간 동안 대치했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렸고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 날 열릴 예정이던 보시라이 재판도 연기됐다. 사건이 너무 커져 지도층이 불편해했다고 들었다.”

-당신이 보는 보시라이는 누군가.
“법을 무시하고 문화혁명 분위기를 되살려 입신 수단으로 만들려던 인물이다. 그는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중국이 법치 사회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러면 법에 의해 변호사 접견도 됐을 테니까 말이다.”

-당신이 폭로한 섹스 비디오는 적나라했다. 아무리 부패 관리일망정 기본적인 프라이버시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관료들은 공인이다. 그들의 사생활은 집을 나서는 순간 없어진다. 고위 공직자가 호텔 방을 잡아서 성 접대를 받고 호혜를 베푼 건 프라이버시 범위를 훨씬 초월한 것이다. 빌 클린턴이 백악관에서 인턴 직원과 섹스를 한 게 프라이버시로 존중돼야 한다면 아예 폭로되지 말았어야 했다.”

-당신은 왜 이런 일을 하는가.
“나는 가방 끈이 짧은 사람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게 있다. 정부 관리들이 기자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2003년부터 최고인민법원에서 발행하는 산하 잡지사 팡위안(方圓)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자들은 모두 공산당의 지시를 따른다는 걸 알게 됐다. 언론의 자유가 없다. 그래서 2006년 내가 따로 독립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중국 헌법에도 언론 자유가 있다. 그걸 실행하고 싶었다.”

-레이정푸 섹스 스캔들의 경우 공안 내부에서 당신에게 문제의 동영상을 주었다는데.
“중국에서 부패 관련 뉴스의 95%는 내부 권력투쟁 때문에 나온다. 상대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백성들은 당신을 지지하는데 시진핑도 당신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하는 모든 행위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법률상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중국에는 탐관오리가 너무 많다. 그걸 뿌리 뽑겠다고 너무 나선다면 싫어할 관리도 많을 것이다.”

-내가 아는 중국인들은 당신처럼 살지 않는다. 한마디로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가족들에게도 피해가 있을 텐데.
“나도 이렇게 부패·비리를 폭로하면서 협박과 구타, 심지어 납치까지 당했다. 나를 싫어하는 관리들은 인터넷에 나의 동기를 불순하게 몰아가기도 한다. 가족도 뿔뿔이 흩어졌다.”

-당신도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나.
“나는 헌법이 내게 준 권리를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 13억 인구 중에서 많은 이가 스스로 이런 권리를 갖고 있다는 민주의식이 부족하다. 나는 핍박에 개의치 않는다. 국영 CCTV도, 관영 인민일보도 내가 혼자 하는 것만큼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공산당도 나 같은 사람을 문제아라기보다는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본다. 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도 처음에 자주 차단당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횟수가 줄고 있다. 내가 유익한 일을 한다고 보기 때문일 거다.”

-당신은 인터넷을 이용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공민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검열을 피할 수 있다. 나는 해외에 여러 개의 서버를 구축해 놓았고 많은 이가 음지에서 나를 돕는다. 인터넷은 중국의 민주·자유, 공민권을 보장해 줄 가장 좋은 무기다. 우리는 부패 관료들에게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단을 확보한 셈이다.”

-중국에선 ‘집안 우환은 바깥에 소문내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 정부로선 당신이 국가 이미지를 망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건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이다. 우리는 지금 2013년,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와 교류하고 소통해야 한다. 옛날처럼 문을 닫아버린 나라가 아니다. 시진핑이 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방문하겠는가. 중국이 법치 사회로 탈바꿈하려면 외국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외국 언론매체와 인터뷰하는 건 신변 보호를 위한 목적도 있다. 내가 널리 알려질수록 내게 앙심을 품은 부패 관리가 나를 쉽게 제거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주루이펑 1969년 허난(河南)성 출생. 고교 중퇴 후 TV 수리, 노점상, 신발 소매상 등으로 10년간 돈을 벌어 호텔을 짓는 데 투자했다가 지방정부가 불도저로 땅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렸다. 법원 소송도 실패했다. 이후 베이징으로 상경해 2003년부터 최고인민법원 산하 잡지사 기자로 근무했다. 2006년 인터넷 매체 ‘인민감독망’을 창간했다. 최근엔 인민해방군에서 근무하는 아내에게도 협박이 들어와 신변 보호 차원에서 이혼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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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