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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워라' 40대男, 아이와 존댓말 대화하니

지난달 27일 김창수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주말 저녁 김씨 부부는 식사 전 함께 그린 그림 등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며 자녀 인성 교육을 한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의 한 아파트. 6시쯤 업무를 마치고 귀가한 김창수(43·교원그룹 물류관리사)씨가 아내 오주연(43)씨, 세 자녀와 함께 거실에 모여 앉았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식사 전 한 사람이 한 줄씩 번갈아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한 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랍니다. 처음엔 아들 재은(13)·지윤(9)이와 딸 혜원(6)이가 합심해 멋진 집을 완성했습니다. 이번엔 지윤이가 지붕 위에 구름을 그립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혜원이가 구름을 노랗게 덧칠합니다. 구름 색깔이 맘에 안 드는 듯 지윤이의 입이 삐죽 나옵니다. 이어 혜원이가 마당에 꽃을 그리자 지윤이는 옆에 ‘똥’을 그려 넣습니다. “으앙, 오빠가 꽃밭에 똥 쌌어요.” 혜원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어진 저녁식사 시간. 앞서 ‘한 줄 그림’을 소재로 대화가 시작됩니다. 아직 마음이 덜 풀린 아이들에게 아빠가 먼저 말을 건넵니다. 서로를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모두 존댓말로 대화를 합니다.

 “혜원이는 오빠가 꽃밭에 똥을 그렸을 때 어땠어요.” “마음이 아팠어요.”(혜원) “지윤이는 혜원이가 구름을 노랗게 그렸을 때 무슨 기분이었죠.” “구름을 망치는 것 같아 싫었어요.”(지윤) 이어 아빠가 두 아이에게 배려와 존중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하면 모두 마음이 아픈 거예요. 내가 구름을 그리고 싶은 것처럼 남도 꽃을 그리고 싶다는 걸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한답니다.” 옆에서 유심히 듣고 있던 첫째 재은이가 말을 이어갑니다. “서로 배려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합심해 집을 그린 것처럼요.”

 창수씨 가족에게 매주 수요일과 주말 저녁은 ‘밥상머리 교육’의 날입니다. 바쁜 일 때문에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그는 밥상머리 교육 날이면 만사를 제치고 집으로 향합니다. 수요일엔 ‘한 줄 그림’을, 주말엔 함께 동화책을 읽고 관련 얘기를 하며 밥을 먹습니다. “매번 인성교육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대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대화를 하죠. 동화 속 여러 인물의 입장에서 감정과 느낌 등을 공유하며 서로의 생각을 말하다 보면 인성교육은 저절로 됩니다.”

 지금도 그는 인성과 관련된 내용의 동화책 몇 권을 차에 가지고 다닙니다. 아이들의 밥상머리 교육을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지난 연말부터는 회사에서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정하고 정시 퇴근토록 해 밥상머리 교육 시간이 늘었습니다. ‘한 줄 그림’도 매월 회사가 여는 인성교육법 강의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아내 주연씨도 인성교육에 열심입니다. 회사 동료였던 주연씨는 결혼 전 어린이 도서 출판 일을 담당했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인성교육에 관심은 많았지만 막상 어떻게 할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인사 잘하기였습니다.” 주연씨는 지금도 얼굴을 잘 모르는 아파트 경비, 청소원 아주머니 등에게 늘 반갑게 인사합니다. 이를 지켜본 아이들 역시 자연스럽게 인사 예절이 몸에 뱄습니다. 첫째 재은이는 사회성이 뛰어나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매년 학급 임원을 맡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저희 의견을 늘 존중하고 이해해주세요. 그래서 우리도 어른처럼 의젓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답니다.” 첫째 재은이의 말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읽고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 이들 부부가 말하는 인성교육의 비법입니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김창수씨 가족의 인성교육 5원칙

▶ 밥상머리에선 가족 모두 서로 존칭

▶ 식사 때는 아이들 말 끊지 않고 경청

▶ 식사 중 아이 잘못해도 식사 후 훈계

▶ 훈계 때 자세는 아이 눈높이로 낮춰

▶ 약속은 지킬 것만 구체적으로 정해


[관계기사] ▶ '워커홀릭' 본부장도 패밀리 데이엔 칼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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