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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문 뜻 아시는 분 있나요

“피고인은 위와 같이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을 기화(奇貨)로, OOOO년 O월 OO일 05:00경, 사무실에서 중고 의류를 쌓아놓고 불을 붙여 사무실 내부 전체를 소훼(燒毁)하였다.”

 2011년 서울동부지법에서 선고한 방화사건 판결문의 일부다. ‘기화로(빌미로)’ ‘소훼(불태워 없애다)’ 등 어려운 한자어들이 포함돼 좀처럼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과 동떨어져 ‘외계어’라는 비판을 받았던 법원 판결문의 용어들이 알기 쉬운 말로 대체된다. 대법원 산하 법원도서관(관장 조경란)이 최근 발간한 600쪽 분량의 ‘법원 맞춤법 자료집’ 전면 개정판을 통해서다. 1997년 처음 만들어져 2006년 개정판이 나온 자료집은 딱딱한 문법책 형식이어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법원도서관이 3년 전부터 전면 개정판 발간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부터 작업이 본격화했다.

 법원도서관은 국립국어원에 자문을 구해 사례집 형태로 출간키로 했다. 실제 판결문의 예시를 들고 고치기 전후를 비교해 소개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이병규(44) 교수팀과 함께 초고 작업에 들어간 법원도서관은 민사·형사·행정·가사 사건의 실제 판결문 1000여 건을 이 교수팀에 제공했다. 또 재판 당사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던 단어와 표현들을 골라 순화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줄 것을 의뢰했다. 이 교수팀은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와 어색한 일본식 표현, 번역체 문장들을 골라 쉽고 어법에 맞는 표현으로 바꾼 초고를 지난해 10월 말 법원도서관에 보내왔다. 법적 검토를 거쳐 적당한 표현을 찾아내는 데 두 달여가 더 걸렸다. 새 자료집 1부는 실제 판결문을 작성할 때 틀리기 쉬운 맞춤법, 띄어쓰기, 낱말 등을 소개하는 ‘유형별 찾아보기’다. 2부는 ‘사례로 알아보는 법률 문장 바로 쓰기’로 구성됐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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