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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이태원서 비비탄 난사한 미군 '아찔'

2일 서울 이태원에서 시민들에게 비비탄을 쏜 미군들이 경찰의 검문에 응하지 않고 차를 타고 달아나려 하자 경찰과 시민들이 막고 있다. 이 장면은 주변에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됐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이태원역 근처에서 미군들이 공기총인지 뭔지 쏘고 있어요.”

 2일 오후 11시53분. 한 시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 112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곽광근 경장과 배세종 순경이 황급히 달려나갔다. 이태원역 3번 출구 쪽에서 미군 3명이 탄 회색 옵티마 차량을 발견했다.

 “잠시 검문하겠습니다.”

 곽 경장이 운전석으로 다가가는 순간 이 차량이 방향을 틀어 달아났다. 30m가량 도주하던 옵티마는 버스에 가로막혔다. 뒤쫓아온 곽 경장이 운전석 창문을 깨며 검거를 시도했다. 그러나 미군들이 탄 승용차는 굉음을 내며 또다시 달아났다. 불법 유턴을 일삼으며 달아나던 옵티마는 다른 차량 4대와 일부 행인을 쳤다. 택시기사 최모(38)씨는 이 광경을 지켜보다 옵티마를 뒤쫓았다. 최씨가 인근 지역을 순찰 중이던 이태원파출소 소속 임성묵 순경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저 차가 사람을 치고 뺑소니 쳤습니다. 빨리 타세요.”

 임 순경이 택시에 탔다. 그는 무전을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미군들이 탄 차량은 지그재그를 그리며 녹사평역 방향으로 질주했다. 임 순경이 탄 택시도 시속 150㎞를 넘나들며 뒤쫓았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치는 사이 시간은 자정을 넘어섰다.


 3일 0시10분. 광진구 자양동 성수사거리의 한 막다른 골목에서 추격전은 일단 멈췄다. 10여㎞를 달린 뒤였다.

 “당장 차에서 내리세요.”

 임 순경이 운전석 안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 순간 차량이 서너 차례 앞뒤로 왔다갔다 했다. 임 순경은 차량에 매달려 질질 끌려갔다. 그는 차량에 치여 왼쪽 다리를 다쳤다.

 탕-. 다리를 다친 임 순경이 미군의 옵티마 차량을 막아서며 공중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 그래도 차량은 위협을 계속했다.

 탕 탕 탕-. 임 순경이 차량 바퀴를 향해 실탄 3발을 더 발사했다. 그러나 미군이 탄 차량은 후진을 하더니 택시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달아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곧장 추적 지시를 내렸지만 검거에는 실패했다. 택시기사 최씨는 본지 취재진에 “임 순경이 충격을 받아 벌벌 떨면서도 끝까지 추격을 계속했다”며 “실탄을 쏜 것에 대해 걱정도 했지만 임 순경이 사전 경고를 충분히 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차적 조회 결과 이 차량은 미군 소속이었다. 당시 차량에는 A일병(23) 등 미군 2명과 신원미상의 미군 여성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용산 미8군 측으로부터 “병사 1명이 어깨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옵티마 차량을 운전한 A일병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A일병 등이 비비탄총을 사용한 걸로 파악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용산경찰서를 방문한 크리스 젠트리 미군8군 부사령관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A일병 등이 어떤 경로로 영내로 복귀했는지, 어떤 총기를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종문·이유정 기자

◆비비탄총(Ball Bullet Gun)=서바이벌 게임 등에서 쓰이는 총으로 5~6㎜의 콩알만 한 플라스틱 총알을 사용한다. 권총부터 장총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장남감용으로 많이 나오지만 눈 등 신체의 약한 부위에 맞을 경우 부상의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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