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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20m 옆 천막농성촌에 불

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천막농성장에서 방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0여 분 만에 진화됐지만 덕수궁 돌담 일부와 서까래 15개가 그을렸다. 경찰이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서울 중구의 덕수궁 대한문에서 불과 20여m 떨어져 있는 ‘농성촌’에 방화로 인한 불이 났다. 이 사건으로 하마터면 사적 124호인 대한문에 불이 옮겨 붙을 뻔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일 오전 5시30분쯤 라이터로 농성장 천막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혐의(방화)로 안모(52·무직)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0분 만에 꺼졌지만 농성장 천막 3개 동 중 2곳이 모두 타고 덕수궁 담벼락과 서까래 15개가 그을렸다. 가로수들도 일부 그을렸다. 천막 안에는 쌍용차 농성자 2명이 있었으나 곧바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화재 현장인 대한문 앞은 매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또 이곳은 덕수궁과는 100여m 떨어져 있어 불이 크게 번질 경우 다수의 문화재와 보물들이 소실될 가능성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농성촌에는 LPG통 2개, 석유가 들어 있는 소형 발전기 2개, 취사용 스토브 2개 등이 있었다. 중부소방서 측은 “농성촌은 천막이 비닐인 데다 난방을 위해 스티로폼 등이 깔려있어서 불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말 불거졌던 농성촌 철거 논란이 다시 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홍원 신임 국무총리는 전날인 2일 숭례문 복원 현장과 지난달 있었던 인사동 화재 현장 등을 방문해 안전사고 예방을 당부했다.

 현재 농성촌에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용산참사 유가족 등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속 기관인 서울 중구청은 지난해 12월 “인도에 허가받지 않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건 불법”이라며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대선 후 협의하자는 농성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철거를 연기하고 대화를 시도해 왔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당초 지난달 27일이 쌍용차 노조 측이 약속한 자진 철거일이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화재로 2개 천막이 사라졌으므로 천막을 다시 세우지 않고 나머지 천막도 철거할 것을 쌍용차 노조에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농성장에 있던 LPG통에 불이 붙었다면 대형 문화재 훼손 사고가 재연될 뻔했다”고 말했다.

박경상 덕수궁 관리소장은 “문화재청 예산으로 그을린 담벼락 등에 대한 피해복구를 일단 할 것”이라며 “향후 방화 피의자 등 화재 원인을 제공한 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서울시와 정부에 문화재 인근에선 불법 점거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토록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범행 동기와 정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된 뒤 천막 철거 여부를 논의해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이승호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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