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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커피,밤엔 공연 여기는 어른 놀이터

‘제비다방’ 대표이자 건축스튜디오 씨티알폼을 운영하는 건축가 오상훈씨. 다방의 지하 1층은 낡은 테이블과 색색의 의자, 오래된 가구와 장난감들로 골방의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 ‘제비다방’이라는 상호는 시인 이상이 동료 문인들과 교류했던 장소의 이름에서 따 왔다. [김도훈 기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재밌는 동네’ 중 하나가 서울 마포구 상수동이다. 3~4년 전만 해도 ‘홍대 인근 주택가’였던 이 곳은 홍대 중심가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이사 온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개성 있는 카페 등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문화지구로 변모하고 있다.

 6호선 상수역에서 한강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제비다방’은 이런 상수동의 변화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낮에는 커피를 마시며 작업에 열중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녁 6시가 되면 간판은 ‘술취한 제비’로 바뀌고 맥주 한잔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열기가 뿜어나온다.

 ‘제비다방’의 역사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재밌게 밥벌이를 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뭉친 세 명의 청년이 있었다.

 이제는 30대가 된 건축가 오상훈(37)과 방송작가 이승헌(35), 그래픽 디자이너 오창훈(34)이다. 이들은 2005년 9월 문화지형연구소(Cultural Topography Research·이하 시티알)라는 문화단체를 만들었다. 화가와 패션디자이너, 건축가 등이 함께하는 전시인 ‘놀이터 프로젝트’, 단체로 유유자적 서울을 구경하는 ‘어슬렁 프로젝트’ 등 정체가 모호한 이벤트를 벌였다. 2008년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원피스 매거진’을 창간하기도 했다.

밴드 ‘카스테라’가 제비다방에서 공연 하고 있다.
 “돈을 버는 데는 실패했지만, 서로 다른 장르의 사람들이 모여 한 데 섞이고 영감을 주고 받는 과정이 좋았어요. 당시 우리 작업실 이름이 ‘레몬쌀롱’이었는데, 인근 작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잠도 자고, 노래도 하고, 술도 먹는 아지트로 이름이 났죠.”

 각자의 일과 공부로 잠시 활동을 쉬던 이들이 지난해 초 다시 뭉쳐 시작한 것이 ‘제비다방’이다. 동네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마음 편하게 드나드는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로 꾸미려 했다. 빨간 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 가게 가운데 바닥이 뻥 뚫린, 독특한 공간이 손님들을 맞는다. 구멍 안으로 슬쩍 내려다보면 지하의 작은 무대가 보인다. 이곳에선 매주 목요일에서 토요일 저녁,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열린다. 일요일에는 ‘제비극장’으로 변모한다. 무대 앞으로 스크린을 내리고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영국 런던의 건축학교 AA스쿨을 졸업하고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등에서 일했던 멤버 오상훈씨가 직접 디자인했다.

 다방 윗층은 사무실이다. 시티알폼 건축스튜디오, 원피스 매거진 출판사, 긴가민가 레코드 등 다양한 장르의 회사가 씨티알이라는 이름 아래 공동체처럼 모여 있다. 각자 재능을 살려 전시를 기획하고, 음반을 내고, 인근 지역의 흥미로운 설계 프로젝트를 맡기도 한다. 제비다방은 문화집단 씨티알이 생산하는 콘텐트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일종의 ‘테스트 사이트(Test Site)’ 역할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결과물’ 보다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재미를 나누자는 거에요. 그래서 밴드들도 공연이 끝나면 그냥 돌아가 버리지 않고 손님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늦게까지 함께 즐기곤 하죠.”

 가게 문을 연 지 1년 여. 아직은 어렵게 꾸려가는 형편이지만 “재밌는 것을 하기 위해 수익사업을 벌이지 않고, 노는 것이 자연스레 수익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원칙은 계속 지켜나갈 생각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10년 후에도 이 자리에서 제비다방을 하고 있는 것. “거대자본이 들어와 계획적으로 만들어 내는 도시는 매력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집들과 가게가 생겨났다 사라지고, 세월이 지나면 그것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꿈꿉니다. 제비다방이 있는 상수동이 그런 동네로 계속 남았으면 합니다.”

글=이영희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 ‘제비다방’ 창업비용은 …

시티알이 만들고 있는 문화잡지 ‘원피스 매거진’
층별 면적이 41m²(약 12.5평) 정도 되는 ‘제비다방’의 내부 공사와 인테리어 비용에 1억원 가까이 들었다. 세 멤버가 그동안 각자 일해 모은 돈을 탈탈 털었다.

 1층은 최대한 모던하게, 지하 1층은 만화책과 잡지, 피규어가 어지럽게 놓여있는 골방 분위기로 꾸몄다. 지하의 책과 테이블 등은 ‘레몬쌀롱’에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겨왔다.

 매월 사무실과 다방의 임대료로 들어가는 비용이 440만원 정도. 다행히 ‘제비다방’이 최근 꽤 유명해져, 이곳에서 번 돈으로 임대료와 다방 운영에 필요한 재료비,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두 층을 합쳐 테이블이 10여 개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라, 기대만큼 수익이 크게 나지는 않는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씨티알에 속해 있는 제비다방과 건축사무소, 출판사, 음반사 등이 제각각 일을 벌이고, 한 쪽에서 이익이 나면 다른 곳의 비용을 메워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앞으로 차츰 체계를 갖춰 각 사업별로 ‘자력갱생’을 도모하는 것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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