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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로 오른 무대 뒷얘기, 살아있네

창작 뮤지컬 ‘날아라, 박씨!’에서 가슴 찡한 연기를 보여준 뮤지컬 배우 홍륜희씨. [사진 쇼앤라이프]
여주인공의 급작스런 사고로 무명 배우가 그 자리를 꿰차 히로인이 된다는 얘기, 다소 뻔하다. 그래도 이런 스토리가 오래 지속되는 건 보통 사람들의 꿈을 담고 있기 때문이리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영화 ‘아티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뮤지컬 ‘날아라, 박씨!’(정준 작, 조한나 작곡, 권호성 연출) 역시 비슷한 구조다. 다만 신데렐라 되는 이가 조금 다르다. 컴퍼니 매니저다.

 개념적으론 뮤지컬 제작 전반을 책임지는 실무자지만, 실상은 커피 심부름부터 넋두리를 들어주는 일까지 배우·창작자·스태프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챙기는, 전형적인 3D 업종이다. 배우도 아닌 이가 무대에 올라 여주인공을 한다? 황당한 설정을 설득력있게 들려주는 게 이 뮤지컬의 미덕이다.

 컴퍼니 매니저에서 눈치 챌 수 있듯, 뮤지컬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큰 줄기다.

 여주인공끼린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고, 아이돌 출신 배우는 발음이 새면서도 거만하고, “어쩜, 작가가 이렇게 음악을 모를까”라며 음악감독은 투덜거리고, “무대가 장난이야!”라며 연출가는 툭하면 윽박지르고…. 자기 분야 얘기를 다루니 디테일이 생생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여기에 눈 밝은 관객이라면 ‘지킬앤하이드’ ‘사운드오브뮤직’ ‘드림걸즈’ 등을 패러디하는 장면을 잡아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작가는 극작에 입문하기 전 조연출·기획·무대감독 등을 거쳤다고 한다. “스테이지 뒤 일상이 얼마나 치열한 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 의도는 충분히 살린 듯싶다.

 배꼽 잡게 웃기면서도 코끝 시큰하게 하는 구석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여주인공 오여주가 타이틀곡 ‘어제와 다른 세상’을 부를 때 그렇다.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나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벼락같이 찾아온 행운에 취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마무리 역시 현실적이라 오히려 공감의 폭을 넓힌다.

 극중극인 ‘박씨 부인전’ 장면을 너무 길게 포진시킨 게 흐름을 끊는 아쉬운 요소지만, 따스함을 간직하고 돌아가기에 충분한, 힐링 뮤지컬이다. 소극장의 외피를 벗고 더 큰 무대로 훨훨 날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뮤지컬 ‘날아라, 박씨!’=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 홍륜희, 엄태리, 정가호, 송태윤, 문혜원, 방글아 등 출연. 5만원. 월·수·목·금 8시, 토·일·공휴일 3시·6시(화 공연 없음). 02-743-6487.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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