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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박힌 못, 내 시로 뽑아봐야죠

시인 김종철은 신작 시집 『못의 사회학』에서 거멀못·무두정·족임질못 등 다양한 못에 대한 작품을 실었다. 그는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못은 생김새와 쓰임이 제각각이다. 우리의 삶에 대해 비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의 말을 듣다 보니 팔자라는 게 있다 싶었다. 4년 만에 신작 시집 『못의 사회학』(문학수첩)을 펴낸 시인 김종철(金鍾鐵·66). 그의 이름에는 쇠가 한가득이다. 시인의 이름이라기엔 좀 셌지만, 못을 주제로 한 연작시를 쓰면서 ‘못의 사제’라는 별칭에 더할 나위 없이 딱 맞게 됐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를 ‘철물점 주인’이라고 부를 정도. 이번 시집은 『못에 관한 명상』(1992)과 『등신불 시편』, 『못의 귀향』에 이은 네 번째 못 연작 시집이다.

 사람이 이름대로 간다고, 시인이 된 것도 이름 덕이 크다. 가톨릭문인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세례를 받았다. 그의 세례명은 아우구스티누스. 당시 세례 교육을 맡았던 수녀님이 아우구스티누스가 시인이라고 말했고, 소년은 그때부터 시를 썼다. 이후 부산과 경남의 각종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계형 시인’이 됐다. 학비를 받으며 고등학교에 다녔고, 기차 타고 멀리 가기도 하고 자장면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는 것.

 ‘못의 사제’가 된 것도 그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한다. “수녀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못을 박은 뒤 화해와 용서를 통해 못을 빼도 자국은 남는데 그 못 자국은 누구의 것이냐고. 원죄의식을 그렇게 설명한 거지. 마흔 줄이 넘어 그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내 손에 못을 쥐고 못을 박고 상처를 준 거야.”

 그런 깨달음을 옮긴 시가 『못에 관한 명상』에 실린 시 ‘고백성사’다. 참회와 성찰에서 비롯된 못 연작은 세상의 곳곳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하고 있는 못들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그의 작품 속 못은 다양한 민중의 변주로 읽힌다.

 세상 속 못들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던 시인의 목소리는 이번에는 조금 강해지고 높아졌다. 풍자의 옷을 입었지만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은 예리하다. 노숙자 문제(‘노숙자를 위한 기도’)부터 종교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아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계약을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을만 죽는 을사乙死 조약’이라 칭한 시(‘우리 시대의 동물원’)까지 그의 말대로라면 ‘시대 정신’인, 현실 인식이 빛난다.

 베트남전에 대한 연작시는 시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이 꿈틀댄 결과물이다. 1971~72년 백마부대 일원으로 베트남에 참전했던 그는 지난해 국가유공자가 됐다. 그렇지만 그는 참전 용사를 ‘용병’이라 칭하며 국가와 자유라는 미명하에 스러져간 젊음을 되새기는 시를 썼다.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포장만 하려 해요. 진실에 대해 쓰지 않으면 직무 유기인 듯해서 쓰게 됐죠.”

 현실을 향해 너무 센 직구를 던진 듯하다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시인이 그렇게 안 쓰면 누가 쓰나요. 우리 시대에 경종을 울려야죠. 시가 얼마나 독하고 무서운 지 보여줘야 해요.”

 못의 사제인 그는 이제 못의 역사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쓸 것이라고 했다. 역사에 못박힌 위안부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 마지막은 못의 유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못은 부활하고 나는 죽겠지. 시인의 말에 썼듯 ‘나 죽은 뒤 나로 살아갈 놈들’이 남는 거야.”

글=하현옥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종철=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번역·출간한 출판사 문학수첩의 대표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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