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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천야오예의 슬픈 이야기

제 11 보
제11보(110~128)=110은 흑▲의 준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111, 113이 크지만 114도 못지않게 커서 굳이 신경쓰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중앙의 안전이고 두터움이며 그것만 확보되면 바둑은 이긴다는 선언입니다. 128에서 큰 곳은 거의 다 두었습니다. 대충 계가를 한번 해볼까요. 흑A 막고 백B 이을 때 흑C 막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흑집=우상 21집. 우하 21집. 좌하 7집. 좌상 12집. 합계 61집.

 백집=상변 21집. 하변 23집. 좌변 10집. 중앙 7집. 합계 61집.

 흑에 약간 치우쳐 셌지만 반면으로 비슷하군요. 6집반의 차이라면 승부가 결정난 거지요. 천야오예는 이후에도 근 100수 이상 버티며 끈덕지게 버텼습니다만 결국 244수에서 돌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세돌 9단이 4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지요.

 천야오예 9단은 이 판을 진 뒤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어느 때보다 컸을 것입니다. 바둑이란 한 집 지나 만방 지나 지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러므로 불리하면 승부수를 던지며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이고 때로는 옥쇄도 서슴지 않는 것이 바둑입니다.

그러나 이 판은 매우 이상합니다. 백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대차로 밀렸습니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이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만 중국 랭킹 1~3위를 오고가는 천야오예 같은 고수 바둑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죠. 이건 형세를 오판했거나 초반과 중반에 기백 없이 너무 소심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바둑이 망해 가는데도 그 낌새조차 몰랐다는 비극적 스토리가 됩니다. 그러니 중국 최고의 승부사로서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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