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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김정은·로드맨, 너무도 이상한 만남

이영종
정치부문 기자
두 악동(wild child)의 만남. 북한 김정은과 미 NBA(전미농구협회) 출신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의 조우를 바라본 정부 당국자의 평가였다.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29세 지도자와 한때 ‘코트의 악동’으로 불린 52세 로드맨. 둘의 통하는 점을 악동 기질로 압축한 말이다.

 지난달 26일 평양에 도착한 로드맨과 미 묘기농구단 할렘 글로브트로터스는 김정은으로부터 국빈급 환대를 받았다. 로드맨 일행이 주체사상탑 등을 관광한 장면은 관영TV를 통해 소개됐다.

 이들의 방북 이틀째에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를 동반하고 로드맨과 나란히 앉아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친선경기를 관람했다. 김정은은 농구 삼매경에 빠진 듯 로드맨의 말에 귀를 세웠다. 테이블에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코카콜라가 놓여 있고, 로드맨의 모자에 ‘USA’가 크게 쓰인 것을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는 안중에 없는 듯했다.

 로드맨이 할렘 글로브트로터스의 유니폼을 선물하자 김정은은 팬 사인회에 참석한 아이마냥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뉴욕 바이스(VICE)미디어의 라이언 더피 기자가 “김정은이 시카코 불스를 좋아하는 농구 매니어란 걸 알게 됐다. 그는 언젠가 불스를 만나길 희망한다”고 전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북한올림픽위원회가 주관한 저녁 만찬은 양식 코스요리에 10종 가까운 와인이 준비된 성찬이었다.

 경기와 만찬 소식은 사진과 함께 이튿날 노동신문 1면 전면을 차지했다. 2년 전 아버지의 사망으로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은 스위스 조기유학 시절 즐겨 찾았던 놀이공원을 본떠 평양에 유희장 건설 붐을 일으켰다. NBA 퇴역선수를 불러들인 건 농구 광팬이었던 그때의 향수를 달래려는 생각으로 보인다. 로드맨은 평양공항을 떠나며 김정은을 지목해 “멋진 인물”(awesome guy)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받는 나라의 지도자와 로드맨이 나란히 앉은 사진은 미국 외교사의 가장 이상한(strangest) 장면”이라고 했다. 패트릭 벤트럴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외국인에게 호화 만찬을 대접할 돈이 있다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설의 스타플레이어였던 로드맨은 이혼한 전처에게 부양비를 주지 못해 고발당할 정도로 파산 상태였다. 이번의 이상한 만남으로 로드맨의 처지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지도 모르지만 김정은은 여전히 파산 위기에 처한 북한 경제와 인민들의 고단한 삶을 구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영 종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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