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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독재 타도해도 봄은 오지 않았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민중봉기로 중동이 요동치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누구도 ‘아랍의 봄’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시리아 유혈 내전에다 자유선거를 통한 이슬람 세력의 성장, 갈수록 깊어지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의 정치적·경제적 위기, 이라크에서의 불안 증가, 요르단과 레바논의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이란 핵 프로그램에 따른 전쟁 위협 등으로 새로운 중동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다.

 중동의 외곽인 아프가니스탄과 북아프리카(사하라 사막 남단의 반건조 지대인 사헬과 남수단을 포함)까지 추가하면 지역 상황은 훨씬 더 암울하다. 사실 리비아는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알카에다는 말리 내전에서 보듯 사헬 지역에 활발히 개입 중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선 2014년 미국과 나토 동맹군이 철수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혁명 초기엔 독재를 타도하면 자유와 정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는 혁명 뒤에 반드시 좋은 일만 따르는 건 아니라고 가르친다.

  혁명은 억압적인 정권만 전복하는 게 아니다. 오랜 질서도 함께 무너뜨린다. 그 뒤 새 질서 수립을 위한 권력 투쟁으로 이어진다. 이 상황은 비록 유혈극이 아니더라도 대개 잔혹하기 마련이다. 이는 대외 정책과 국내 정책에 모두 영향을 준다. 통상 혁명 뒤에는 위험한 시대가 오는 법이다. 사실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20세기 가장 두드러진 정치가 중 한 명인 넬슨 만델라의 천재성 덕분이다.

 1989년 이후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서 벌어진 변화는 아랍 혁명의 좋은 참조 대상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이 지역에서 새로운 질서가 들어선 것은 중동과 달리 소련 붕괴라는 외부 조건 변화에서 비롯했다. 당시 대부분의 나라는 바라는 게 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그리고 러시아 제국 시절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보호였다. 그들은 서방을 원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 가운데 중동 위기 벨트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난 외에도 후진성, 경기침체, 급속한 인구 증가, 종교 및 종족 간 증오, 그리고 나라 없는 주민(쿠르드인과 팔레스타인인) 때문에 중동은 불안하다. 이 모든 모순이 최근 시리아에서 폭발해 그 국민이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는 지켜만 볼 뿐 지금까지도 개입을 피하고 있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군과 맞서야 할 뿐 아니라 시아파 이란과 그들의 레바논 내 대리인인 헤즈볼라와도 맞부딪쳐야 한다.

 시리아에선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인도주의적 재앙이 계속될 것이다. 그런 뒤에는 종족과 종교에 따라 분할될 가능성이 크다. 시리아 분열은 중동의 추가 발칸화(유고슬라비아처럼 민족·종교에 따라 나라가 분열되는 것)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새로운 폭력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국경을 맞댄 레바논·이라크·요르단은 시리아 분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리 상황이 악화된다 해도 외교 수단을 통한 협상 희망을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중동 전체가 변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새 질서가 자리 잡으려면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이 지역은 내부적으로는 물론 이웃 나라와 전 세계에 아주 위험한 지역으로 계속 남을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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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