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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국군 대장의 길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청문회를 하든 안 하든, 결과가 어떻든 박근혜 대통령은 김병관 후보자를 국방장관에 임명할 것이다. 그러면 파동은 잠잠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일까.

 이번 파동은 한국 사회에 ‘국군 대장의 길’이란 문제를 던지고 있다. 대장은 4성장군이자 국군 최고 계급이다. 군 사령관 3명,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참모총장 3명 그리고 합참의장 등 8명이다. 육군 대장은 제1·3 야전군이나 2군 사령관을 거친다. 야전군 사령관은 10만~20만 명을 호령한다. 참모총장이 안 돼도 육군 대장은 그 자체로 무인(武人)의 꽃이요 최고 영예인 것이다.

 그 때문에 육군 대장은 한국군의 상무(尙武)정신을 상징해야 한다. 대장은 군복을 벗어도 예비역이 아니다. ‘영원한 현역’이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자는 전역 후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다음날 골프를 쳤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예비역이었고 북한 소행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애도기간 중에도 골프장에 나갔다.

 국군 대장 출신이라면 직감적으로 사건이 북한 소행일 거라고 판단했어야 한다. 더군다나 그는 대표적인 병법·무기 전문가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이가 북한의 잠수함 작전능력이나 보복 전략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 강릉과 여수 앞바다를 헤집었던 잠수정 특수부대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건가. 많은 민간인도 북한 소행이라 짐작했는데 ‘손자병법 1인자 별 넷’이 몰랐단 말인가.

 대장 출신이 무기중개업체 고문이었던 것도 신중하지 못했다. 그는 무기 납품 로비가 아니라 탱크엔진 합작사업 쪽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용 못지않게 이미지도 중요하다. 국민은 군 무기 도입에 대해 충격적인 추억을 갖고 있다. 노태우 시절 무기 도입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1993년 전직 국방장관 2명과 전직 해군·공군 참모총장이 감옥에 갔다.

 무기중개업체가 과연 김 후보자의 능력만 기대했을까. 아닐 것이다. 업체는 ‘별 넷’이란 상징성도 구입한 것이다. ‘4성장군 고문’으로 독일 회사에 업체의 파워를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김 후보자가 받은 2억원은 ‘별 넷’에 대한 대가라고 봐야 한다. 일종의 전관예우인 것이다.

 국방장관은 능력 못지않게 상징성이 중요하다. 한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상시 안보위협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가안보 지휘부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어야 유사시에 국민이 따르는 것이다.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972년 벤구리온 공항 인질 구출에 투입된 특공대 지휘관이었다. 페레스 대통령은 국방장관이던 1976년 엔테베 구출작전을 지휘했다. 지도부의 특공정신이 이스라엘을 이끌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국방장관은 각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 북한 핵무장으로부터 국민을 구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력한 도덕성과 지휘력으로 안보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 외교·통일장관이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하고 대화를 주장해도 국방장관만은 눈을 부릅뜨고 북한을 봐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핵무장은 막아야 한다. 군은 대통령이 명령하면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도덕적 멍에와 현실적 능력이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상당수 전직 국방장관·참모총장은 그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을 질타한다. 동시에 많은 이가 병법·무기·동맹에 대한 그의 능력을 칭찬한다.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공개된 서신에서 그를 “최고의 국방장관 후보”라고 묘사했다.

 장관이 되면 김 후보자는 능력과 헌신으로 국민에게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그는 ‘전쟁 전문가’로 자칭한다. “군을 전투 전문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인양 전문, 행정 전문, 홍보 전문 군대를 ‘전투 전문, 응징 전문’으로 바꿔야 한다. 거기에 국군 대장의 길이 있다. 거기에 김병관의 존재 이유가 있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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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