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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협상…청와대는 장외 압박

이한구 새누리당(오른쪽 둘째)·박기춘 민주당(왼쪽 둘째) 원내대표, 김기현 새누리당(오른쪽)·우원식 민주당(왼쪽) 원내수석부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단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담판을 시도했으나 방송진흥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김경빈 기자]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34일째 교착상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3일까지 공식적으로 16차례 만났지만 협상은 원점이다. 미국 백악관·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적자 감축안을 두고 벌인 치킨게임이 ‘시퀘스터(sequester·예산지출 자동 삭감)’를 발동시켜 경제위기를 자초한 것처럼 청와대·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벼랑 끝 대치가 정부 조직을 마비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났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당초 양측은 이날 회동을 ‘최종 담판’이라 불렀으나 방송진흥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란 단 하나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초 오후 2시에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매듭지으려 했으나 원내대표 협상이 틀어지면서 청와대 회동까지 무산됐다.

 청와대는 원내대표 회담 시작 전부터 야당을 압박했다. 김행 대변인은 오전 9시에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새 정부는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임시국회가 끝나는 5일까지는 통과시켜 주길 거듭 거듭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않아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는 부처 조직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조차도 임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와대에 반발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0시에 회담인데 9시에 청와대가 회견하는 것은 야당을 짓누르겠다는 것 아니냐. 이게 민주주의냐”고 비판했다. 전날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회동을 제안한 과정에 대해서도 박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오전 11시에 청와대 회동을 발표하면서 고작 2분 전에 허 실장이 나한테 연락을 주더라”며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공개했다. 여야는 원내대표 회담이 깨진 이후에도 이날 밤까지 비공개 접촉을 벌였지만 뾰족한 성과가 없었다.

 야당이 꿈쩍할 기미가 없자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압박 강도를 더욱 끌어올릴 예정이다. 국민 여론으로 야당의 양보를 얻어내는 길 말곤 방법이 없다고 본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래부는 박 대통령이 내건 창조경제 구상의 핵심 부처로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국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너무 원칙만을 고수해 새누리당에 협상 재량권이 없고, 민주당은 지도부가 일부 강경 그룹의 목소리에 휘둘리고 있어 협상이 안 된다”고 진단했다.

 ◆차관 2명 차출된 재정부 업무 비상=정부조직법 협상이 미궁에 빠지면서 각 부처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가 대표적이다.

 외환·물가대책 등이 발등의 불이지만 의사결정권자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경제부총리로 승격될 예정인 현오석 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제윤 1차관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됐고, 김동연 2차관이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당분간 현 박재완 장관-신제윤 차관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실질적인 업무 추진은 새 장·차관이 와야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해 장관 임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국방부에서도 비슷한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는 “국가안보 핵심 직위자의 임명이 지연돼 통수체계에 공백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글=김정하·주정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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