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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맵싸한 양념 쫄깃쫄깃한 고기 포실포실한 감자

1 목포집의 닭볶음탕. 아주 맵게 보이지만 그렇게 많이 맵지는 않다. 다 먹고 나면 국물에 밥을 비벼주는데 그것이 또 일품이다.
판소리 얘기 할 때 ‘귀 명창’이라는 것이 있다. 많이 듣다 보니 귀는 명창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입맛 명인’들도 많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나름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닭도리탕, 표준어로 닭볶음탕이다. 어린 시절, 마당 넓은 집에서 키우던 닭으로 할머니께서 자주 만들어 주시곤 했다. 대갓집 출신이어서 음식 솜씨가 좋으셨던 할머니의 닭볶음탕은 언제나 맛이 있었다. 그때부터 맛을 붙였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닭을 합하면 웬만한 작은 양계장 하나는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12> 목포집 닭볶음탕

이렇게 닭볶음탕에 나름 내공이 있다고 자부하는 내가 요즘 자주 가는 곳이 ‘목포집’이라는 곳이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더니 최근에 우연히 만난 ‘고수’의 소개로 알게 됐다. 낮에는 일반 한식도 하고 생태 찌개도 있지만 닭볶음탕이 제일 유명하다. 하루에 나가는 닭이 보통 120~130 마리 정도라고 하니 이 정도면 전문점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좀 비싸도 신선한 생닭만 사용

2 어머니 이용분씨와 아들 구인무씨. 함께 웃는 얼굴에서 서로를 아끼는 모자간의 정이 묻어난다. 3 목포집 외관. 테이블 9개의 작은 규모다.
이 집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닭볶음탕의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다. 아들은 허드렛일을 포함해서 바깥일을 맡고 어머니는 주방을 책임진다. 아들 구인무(36)씨가 사장이고 어머니 이용분(62)씨는 아들에게서 월급을 받는다.

이용분씨 가족은 원래 전라북도 군산 장항에서 살았다. 남편과 함께 농사 날품을 팔아서 생활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가진 것 하나 없이 “아들 두 명에게 책가방 두 개만 달랑 메어서 앞장세우고” 서울로 올라온 것이 1985년이다. 남편은 목공소에서 인부로, 자신은 식당에서 홀 서빙을 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그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음식을 하나씩 배워 결국은 주방장이 되었다.

8년쯤 지나서 작지만 자신만의 식당을 열 수 있었다. 이름도 없는 백반 집이었는데 단골로 오던 손님이 자기 고향이 그립다면서 그 이름을 따서 지으라고 부탁을 해서 ‘목포집’이 되었다.

계속 열심히 하다가 현재의 자리로 옮겨오면서 메뉴를 단순화하고 그동안 열심히 연구한 결과로 닭볶음탕을 전문으로 해보았는데 손님들을 통해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들은 다 컸고 큰아들은 경찰이 되어서 독립을 했다. 작은아들은 군대를 마치고 나서 몸이 안 좋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머니를 도와 식당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고생하는 것을 보며 자라서 자연스럽게 내린 결정이었다. 젊은 나이에도 음식 배달부터 시작해서 온갖 잡일을 열심히 하는 아들을 보면서 손님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열심히 일한 작은아들에게 어머니는 자신의 식당을 물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아들이 사장이 되고 어머니가 주방장이 되었다.

‘목포집’ 닭볶음탕의 특징은 우선 닭이 신선하다는 것이다. 원가가 좀 비싸지만 좋은 생닭을 사용한다. 냉동닭과 생닭의 맛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은 안다. 두 번째로는 양념이 ‘맛있는 매운맛’이다. 매워 보이는데 그렇게 많이 맵지 않으면서 달콤한 매운맛이 난다. 좋은 태양초 고추를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양념을 맛있게 배합하는 노하우 때문이다. 세 번째 특징은 닭볶음탕의 결정타, 감자가 아주 부드럽고 양념이 잘 배어들어서 맛이 있다는 것이다. 미리 삶아놓지 않고 닭과 함께 센 불에서 같이 요리를 하는 것이 그 비결이다. 네 번째는 끓이는 시간을 적절하게 잘 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제대로 씹히는 닭고기의 쫄깃한 맛이 난다. 모두 어머니 이용분씨가 열심히 노력해서 개발해온 방법들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다음부터는 어머니께서 닭볶음탕을 해주셨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집에 가면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어머니께서도 돌아가신 지금은 그렇게 사랑이 녹아 있는 맛있는 닭볶음탕을 먹을 수 없는 것이 참 아쉬웠다. 이제는 대신 ‘목포집’에 간다. 서로 의지하면서 어려운 세월을 헤쳐 나온 어머니와 아들의 따뜻한 사랑이 거기에 있다. 대리 만족도 하고 맛있는 닭볶음탕도 먹고, 내겐 일석이조다.
목포집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2-18 전화: 02-549-5119. 24시간 영업을 한다.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주영욱 음식, 사진, 여행을 진지하게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리서치 전문가. 경영학 박사 @yeongs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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