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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결혼이 두려운 이유

“행복하려고 결혼하는 거 아녜요?”라고 흔히들 묻지만 어떤 인간도 행복을 보장받고 결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 집안의 재산, 우월한 배우자의 외모와 능력 등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조건들이 나중엔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대와는 다른 결혼생활에 지쳤다며 이혼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워낙 많으니 미혼 남녀들은 결혼에 앞서 겁부터 난다. 결혼이라는 복잡하고 끈적거리는 그물망 속에 꼭 들어가야 하느냐고 질문도 한다.

 카를 융도 지적한 바 있지만, 남자든 여자든 상대를 속속들이 미리 알게 되면 무서워서 감히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중세 성배의 기사 중 하나인 로엥그린의 여자인 엘자 공주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큐피드의 부인인 프시케는 남편의 정체에 대해 묻지 말라는 신탁을 받는다. 유럽의 민담 ‘푸른수염’에도 남편이 열지 말라고 한 방문을 여는 순간 공포에 휩싸이는 장면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꼬리가 일곱 개 달린 여우나 사악한 뱀과 결혼한 미련한 남자들에 관한 전설이 있다.

 여성의 무의식에 있는 아니마와 남성의 무의식에 있는 아니무스가 사악한 콤플렉스에 사로잡히면 자신뿐 아니라 배우자의 삶도 엄청나게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사실 서로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어두운 그림자와 앞으로 닥칠 고달픈 미래에 대해 남김없이 파악하고 난 후에도 용감하게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요즘 결혼식에선 모든 신랑·신부들이 활짝 웃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부가 웃으면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 수군거렸다. 경사스러운 날에 웃지도 못하게 하느냐고, 또 하나의 억압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는 타당성 있는 얘기로 들린다. 결혼하는 그 순간부터 신랑·신부에게는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뻔히 닥칠 것이기에, 좋다고 웃는 만큼 실망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떠밀려 가건, 취직 대신 시집을 선택했건, 열정과 매혹의 힘으로 결혼을 했건 중요한 핵심은 자기와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이다. 격정적인 사랑과 엄청난 변화의 시간들이 끝나 문득 정신을 차리면 지극히 현실적인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힘들다고 상대방이나 부모에게 내 할 일을 떠넘기기만 하면 진정한 어른이 될 기회를 놓치고 만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태곳적에는 남녀가 한 몸인 자웅동체(Hermaphrodite)였는데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 어디엔가 있는 영혼의 짝을 만나야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을 인용했다. 이 말을 자구 그대로 받아들여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이상적인 누군가를 외부에서만 찾으려 한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 무의식의 어두운 부분을 의식화해 혼자서 건강해야 누군가와 함께 지내도 건강하다. 힘든 과정을 함께 나눌 때 문득 선물처럼 주어지는 소소한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도 우리에겐 너무 부족하다. 세상에 던져지는 탄생의 순간과 결혼서약을 하는 순간은 내 의지와 달리 인생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참 많이 비슷하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는 게 아니라 참 자기를 지향하라고 결혼이라는 운명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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