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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동상이몽에 빠진 미국 정가

정경민
뉴욕 특파원
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영 딴판인 꿈속을 헤매는 듯하다. 재정지출 자동삭감을 뜻하는 ‘시퀘스터(sequester)’를 놓고서 더욱 그렇다. 시퀘스터는 2011년 7월 여야 합의로 만든 ‘독배(毒盃)’다. 재정적자 삭감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너 죽고 나 죽자’는 배수진을 친 거다. 공화당은 아킬레스건인 국방비를, 민주당은 표밭 원천인 서민 복지비를 판돈으로 걸었다.



 오바마는 내심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방비는 공화당에 신성불가침의 성역(聖域)이 돼왔다. 만에 하나 ‘치킨 게임’ 상황이 벌어진다 한들 마지막 순간 꼬랑지를 내리는 건 공화당일 거란 계산이 나왔음직하다. 한데 오판으로 드러나고 있다. 테러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은 이미 사살됐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도 끝났다. 지금 공화당은 국방비보다 증세(增稅)에 더 히스테리컬하다.



 공화당은 오바마가 제 꾀에 넘어갔다고 고소해하는 듯하다. 백악관은 연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시퀘스터가 발동하면 당장 미국 경제가 결딴날 거라고 겁을 줬다. 그런데 막상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그게 아니다.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삭감될 지출이 850억 달러가 아니라 420억 달러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공무원 무급휴직은 한 달 전 통보해야 한다. 시퀘스터가 개시돼도 4월까진 별탈 없을 거란 얘기다.



 시퀘스터와 동시에 공항이 마비되고 흉악범이 거리로 막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두어 달이 지나도 아무 일 없다면? 오바마는 양치기 소년이 되기 십상이다. 정부 씀씀이를 확 줄였는데도 경제가 끄떡 없다면 오바마의 증세 주장도 명분을 잃는다. 게다가 최근 경기지표는 공화당 편이다. 곤두박질해야 할 주가마저 되레 껑충 뛰었다.



 어쩌면 오바마의 노림수는 더 먼 곳을 겨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퀘스터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올 연말쯤이면 교사가 무더기로 잘리고 거리가 쓰레기로 뒤덮이기 시작할 게다. 그 타이밍에 2014년 중간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양치기 소년은 선각자로 거듭나고 공화당은 서민의 적으로 낙인찍히는 짜릿한 반전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 역시 개꿈이 될 공산이 크다. 공화당엔 시퀘스터 말고도 두 장의 카드가 더 있다. 올해 정부 예산은 3월 27일까지만 의회 승인을 받았다. 그 전에 남은 회기 예산을 의회가 승인해 주지 않으면 1995년 정부 일시 폐쇄사태가 재연된다. 5월 19일엔 정부 부채한도가 다시 꽉 찬다. 역시 여야 합의로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부도를 맞는다. 공화당이 이 카드를 순순히 내려놓을 리 만무하다. 총기규제법과 이민개혁법은 또 어쩔 건가.



 이쯤 되면 오바마와 공화당의 담판은 외통수 아닐까. 개꿈부터 후딱 깨지 않으면 작은 이익 탐하다 집도 절도 다 잃기 십상일 터다.



정 경 민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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