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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게리 쿠퍼 닮고 싶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크 엘리엇 지음

윤철희 옮김, 민음인

615쪽, 2만5000원




클린트 이스트우드: 거장의 숨결

로버트 E 카프시스·캐시 코블렌츠 엮음

김현우 옮김, 마음산책

503쪽, 1만8000원




클린트 이스트우드(82)는 반(反)영웅이다. 다수의 권력에 맞서는 냉소와 고독이 몸에 배여 있다. 스크린을 통해 구축된 신화다. 거장들의 삶이 그렇듯, 늘 신화는 현실을 압도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는 자신이 쌓아온 신화적 삶의 무게를 견뎌낸 노장의 깊이가 새겨져 있다. 위태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늘 기대치를 뛰어넘는 작품들로 보답해왔다. ‘걸작’이라는 찬사를 듣는 작품을 들고 매번 다시 나타난다는 것, 이것이 바로 감당하기 힘든 신화의 무게인데, 그는 지금 그런 ‘비현실적인 시간’ 속을 살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게리 쿠퍼를 닮고자 했던 햇병아리 총잡이 배우가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전기다. 전기전문 작가답게 마크 엘리엇은 이스트우드를 설명할 수 있는 증언들을 들려준다. 책의 부제 ‘목표 없는 청년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기의 내용은 ‘비범함’보다는 ‘평범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스포츠와 여자들에게만 한눈팔던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 군대에서 배우들을 만난 뒤, 연기에 호기심을 갖게 됐고, 그들을 따라하다 스타를 넘어, 거장이 되기까지의 변화무쌍한 삶의 궤적을 좇는다.



돈 시겔 감독의 영화 ‘더티 해리’에 경찰로 출연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스트우드는 종종 두 사람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시한다. 세르지오 레오네(1929~1989)와 돈 시겔(1912~1991)이다. TV 배우 출신인 이스트우드는 늘 스크린으로의 진출을 꿈꿨다. 하지만 영화계는 ‘TV용 카우보이’라는 낙인을 찍고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 그를 이탈리아로 불러 소위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웅으로 만든 감독이 세르지오 레오네이다. 그리고 돈 시겔은 미국으로 돌아온 이스트우드에게 ‘더티 해리’라는 불멸의 페르소나를 만들어준 감독이다. 지금도 이스트우드는 판초를 걸친 총잡이, 혹은 ‘44 매그넘’ 권총을 쏴대는 냉혈 형사로 자주 기억된다. 그만큼 두 감독이 이스트우드에게 미친 영향은 강렬했다. 훗날 이스트우드는 대표작 ‘용서받지 못한 자’(1992)를 두 감독에게 바치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두 감독과 작업할 때, 이스트우드는 연출에 대한 꿈도 키웠다.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두 감독의 태도에서 예술가의 풍모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이스트우드가 금방 감독으로 대접 받은 것은 아니다.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1971)를 내놓았을 때, ‘카우보이가 영화도 만드네’ 정도의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그런데 관객의 반응은 달랐다.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의 ‘사이코’(1960)와 같은 스릴이 있다며 반겼다. 데뷔작부터 이스트우드는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정말 ‘너무 운이 좋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번다. 아마 현직 감독 가운데는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캐머런 정도가 그에 필적할 것 같다.



 이스트우드가 흥행감독을 넘어, 소위 ‘작가’ 감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프랑스 평단에서다. 특히 웨스턴 고전 ‘셰인’(1953)을 참조한 ‘페일 라이더’(1985)가 칸영화제에 초대되며, 이스트우드는 비평의 대상으로 크게 주목받는다. 이런 추세는 미국에까지 전달돼, 그는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로소 감독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말하자면 이스트우드는 50대 중반에 조국이 아니라 유럽에서 처음으로 예술가 대접을 받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예순을 넘긴 뒤 그런 영광을 안은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때가 그의 인생의 정점인 줄 알았는데, 영화적 성취는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곧 일흔이 넘어 발표한 작품들, 특히 ‘미스틱 리버’(2003),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그랜 토리노’(2008)는 거의 만장일치로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아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렇게 거장으로 성장한 그의 영화적 업적 이외에 카트린 드뇌브, 진 시버그 같은 여성배우들과의 스캔들은 물론 거의 모든 공연 여배우와의 연애 등 화려한 여성편력, 스승 돈 시겔과의 불화 등 주변 에피소드도 꼼꼼히 정리했다. 그런데 이스트우드 영화미학의 비밀을 알기에는 이 책엔 한계가 있다. 미학적 해설보다는 전기답게 삶의 행적을 더욱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거장의 숨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미학을 강조한 인터뷰집이다. 영화평론가와 영화학자들이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스트우드와 나눈 대화 가운데 선별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영화전문잡지인 ‘필름 코멘트’,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 영국의 ‘사이트 앤 사운드’ 등 권위지에 실렸던 인터뷰들이다. 여기서 이스트우드가 강조하는 내용은 자신의 미학적 직관에 대한 믿음이다. 감성적으로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는 영화의 큰 얼개를 잡고, 상황에 대처해가는 이스트우드의 생생한 시행착오들이 기록돼 있다. 말하자면 영화학도들에게 소금 같은 지침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거의 모든 인터뷰가 개별 작품을 다루기보다는, 인터뷰 당시까지의 성취를 이야기하는 까닭에 내용이 반복되는 아쉬움이 있다.



한창호 영화평론가



●한창호 이탈리아 볼로냐대 영화학과(라우레아 과정) 졸업. 저서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영화와 오페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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