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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고양이 보살피는 ‘캣맘’ 고미경씨



“언제부터인가 명절을 지내러 시골집에 가도 하루 이상을 보내지 않게 됐어요. 집에 있는 녀석들은 물론이고 길을 헤매는 녀석들 걱정 때문이죠. 부모님이 조금 서운해 해도 어쩔 수 없네요.”

집주변 사는 15마리에 매일 사료… “고양이 돌보며 사람들과 소통”



천안시 신부동에서 살고 있는 고미경(38)씨는 다섯 마리 고양이를 키우면서 버려진 길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캣맘’이다. ‘캣맘’은 길 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는 일을 비롯해 길 고양이 보호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아침과 저녁 두 차례 집 근처 화단에 사료와 물을 놓아 주며 길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일이 고씨에게는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사료가 없어지는 걸 보면서 안심이 되고, 어쩌다 밥을 먹고 있는 고양이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절로 행복해진다. 고씨와 고양이와의 인연은 4년 전 오랜 유학생활 끝에 한국에 돌아와 두 달 동안 동생네 집에 지내면서 시작됐다.



 “어느 날 동생이 버려진 고양이를 구조해 데려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강아지를 키워도 한 번도 쓰다듬어 본 적이 없었는데, 동생이 출근하면 어쩔 수 없이 제가 고양이 밥을 챙겨야 했죠. 그러다 조금씩 정이 들었는지 혼자 자취를 시작하게 됐는데 자꾸 고양이들이 보고 싶은 거예요.”



 고씨는 혼자 지낸 지 일주일 만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춘천에 가서 고양이 두 마리를 분양 받게 됐고, 시골 부모님 댁 창고에서 구조한 세 마리 고양이까지 더불어 키우게 됐다. 어미가 사라진 채 여덟 마리 중 다섯 마리가 죽고 간신히 살아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였다. 구조할 당시엔 건강해지면 바로 입양을 보내리라 마음먹었지만 정든 고양이들을 입양 보내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집 고양이들은 버려지거나 가출하게 되면 스스로 먹이를 구할 줄도 모르고 영역싸움에서 지기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죽는 일이 많다. 고씨 집 근처의 놀이터와 주변을 기웃거리는 길 고양이들은 대략 15마리 정도. 사료와 간식, 모래 비용만 한 달에 20여 만원이다.



 고씨는 키우다가 버려진 고양이들을 구조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임시보호처를 알아보고 입양할 사람을 구하는 동안 사료와 모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일도 하고 있다. 고씨는 요즘 생후 5~6개월된 발정기의 길 고양이들을 만나는 일이 가장 괴롭다고 했다.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고양이 수명이 15~20여 년이라면 길 고양이들은 대부분 5년 이하다. 길 고양이들은 무엇보다 체력이 약한 아이들인데 천안은 TNR(포획 후 중성화 수술 후 방사)제도가 없고, 있다고 해도 ‘안락사’를 염두에 둔 포획이라 섣불리 시청에 연락할 수 없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처음엔 길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모습을 이웃들이 싫어할까 봐 걱정을 했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로 이웃들과 다툼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료를 챙기는 일에도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우선 이른 아침이나 어두운 밤에 주기로 했다. 가능하면 사람이 없는 곳에 조용히 사료를 놓아 주고 사료의 양을 많이 주지 않는다. 덕분에 별다른 마찰 없이 길 고양이들의 밥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캣맘’으로서 스트레스 없이 길 고양이 사료를 챙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복인데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게 됐어요. 사료를 지원해주는 지인이 있는가 하면 화단에 고양이 사료를 놓아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건물주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죠.”



 고씨는 “고양이를 안으면 뜨거운 체온과 함께 사랑의 깊이를 느끼며 누구에게도 친절해지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이를 키우고 길 고양이를 돌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게 됐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좋은 변화는 모두 고양이들 덕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일러스트=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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