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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MB, 인생 2막에 도전하길

채인택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퇴임 때 국민 마음에 더 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날 0시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퇴임 직전 조사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30.4%에 그쳤으니까 말이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87%,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가 84%,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82%의 지지율로 대통령 임기를 마친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9%의 퇴임 전 지지율을 기록했다. 물론 한국적 기준으로 보면 낮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본인은 아마 5년간 온 힘을 다해 국정을 운영했는데 국민이 몰라준다며 억울해할 것이다. 앞으로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임기가 끝날 때쯤 숨어 있던 문제가 줄줄이 터져 지지도가 추락하는 게 한국 대통령의 전통이 돼선 곤란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선 국가 원로로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문화도, 전직 대통령의 인생 2막 개척의 전통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회나 역전의 기회를 얻기가 불가능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면 약속이나 한 듯이 조용히 살아왔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유지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경험과 경륜을 묵히는 건 국가적 낭비다.



 게다가 세인의 관심 속에 살던 대통령이 물러난 뒤 일거리가 없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당장은 옛집에서 일가친척과 측근을 만나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람 사는 맛’ 이야기를 올리지만 주변이 적막강산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얼마 전 한 전직 대통령을 방문한 사람에 따르면 그분은 “아무개야”라고 비서 이름을 크게 부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변에 달리 부를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직 대통령에겐 경험과 경륜에 걸맞은 일이 필요하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에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 뒤 해비타트(집 지어주기) 봉사와 평화·인권 외교로 ‘퇴임 뒤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란 평가를 얻었다. 퇴임 당시 82%의 높은 지지율을 누렸던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인생 2막도 국제사회의 화제다. 대통령 퇴임 6개월 만인 2010년 9월 유엔여성기구(UN Women) 총재를 맡았다. 이번에 박 대통령 취임 축하사절로 왔다. 이 전 대통령이 따로 만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새 인생을 개척하는 노하우를 들어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정치적 반대파들이 ‘심판’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석에서 야권 지지자들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4대 강 등을 뒤지면 뭔가 나온다”라며 대놓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일을 시작해도 제대로 평가를 못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눈을 해외로 돌려보면 이 전 대통령에게 딱 어울리는 글로벌 인생 2막 아이템이 보인다. 바로 국제개발원조 사업이다. 개발도상국 주민들을 인간답게 살게 할 식량·주거·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발전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농장·주택·병원·학교·일터를 건설해야 한다. 건설은 바로 이 전 대통령의 전공이 아닌가.



 게다가 이를 위해선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한 모금 능력과 글로벌 사업 추진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인과 대통령 경험을 통해 이런 조건을 갖췄다. 임기 중에도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주는 지도자’ 소리를 들었지 않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의 지원을 받기에도 유리하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개도국 주민을 위해 전 세계를 동분서주하는 모습만큼 바람직한 인생 2막이 또 있을까. 한국의 국격도 높이는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일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 일하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일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마다할 리가 없다. 비록 대통령으로선 높은 지지율을 얻지 못했다 해도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한국에 바람직한 전직 대통령 문화의 전통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그는 인생 2막에 도전해야 한다.



채 인 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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