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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

정부 각료와 청와대 보좌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가운데 박근혜 신임 대통령이 27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했다.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새 정부가 업무를 개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는 대통령의 충정이 엿보인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언급한 첫 대목도 ‘증세(增稅) 불가(不可)’의 입장을 재천명하고 물가안정을 촉구하는 등 주로 민생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민생에 대한 관심 표명으로 첫 공식회의를 시작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도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주요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과 지시를 내리는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먼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국민 세금을 거둘 것부터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최대한 낭비 요인을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의 노력을 중심으로 가능한 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나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에서 말하는 방식과 실제 국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의 자격으로 말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에는 이견과 논란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 확실한 재원마련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세출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론 재원조달의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에 밝힌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정책을 선택할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자칫 실패할 경우 신뢰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힐 우려가 크다. 정부의 전문관료와 청와대 보좌진의 전폭적인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해 대통령이 단정적으로 선을 그어 버리면 앞으로 정책의 수정이나 보완이 극히 어려워진다. 그리고 정책 실패의 책임과 비난은 온통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한두 번 이런 일이 반복되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 대통령이 어떤 정책사안에 대해 언급할 때는 사전에 정부 내에서 충분한 조율과 대안 마련작업이 이루어진 후, 그 결과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쳐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은 주무부처의 장관이 발표하는 게 옳다. 대통령이 먼저 원칙을 정하고 그에 따라 안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하면 정책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관료들은 설사 방향이 틀렸더라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안을 만들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한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은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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